2월 1일 개봉 앞둔 영화 ‘애프터썬’
20살 차이 부녀 튀르키예 여행 회상
긴장·불안 속 관객에 긴 여운 던져줘
접지 않아도 접힌 자국이 나 있고 한쪽은 빛이 바랜 영화 ‘애프터썬’의 포스터는 그 자체가 영화에 대한 복선이다.
30대의 젊은 감독, 샬럿 웰스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성인이 된 ‘소피’가 자신과 아빠의 20년 전 영상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화관 불이 꺼지면 어둠 속에 ‘징, 찰칵, 징, 찰칵’ 하는 소리가 먼저 관객의 청각을 자극하고, 이어 사이키 조명이 터지는 클럽에 불안한 모습으로 선 31살의 어른 소피가 등장한다.
소피는 천진했던 시절인 11살, 딱 31살이었던 아빠 ‘캘럼’과 함께했던 튀르키예 여름 여행을 추억한다.
 | | 영화 ‘애프터썬’의 한 장면. |
해가 진 버스 안, 딸은 아빠 어깨에 머리를 기대 잠을 청하고 있다.
행복한 여름 여행의 시작인데, 흐르는 음악은 불안함으로 가득하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한 호텔 카운터엔 아무도 보이지 않고, 어렵사리 들어간 방엔 침대가 하나밖에 없다.
분명 더블 침대로 예약했지만 별수 없다.
게다가 리조트는 공사 중으로 시끄럽기까지 하다.
모든 여행엔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장면들은 뭔가 사건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만 같다.
이제 막 10대로 들어서 호기심이 가득한 소피는 이성에 대한 애정표현에 거침없는 언니, 오빠와 자꾸만 어울리게 된다.
자유이용권을 손에 쥐고 싶어 하는 아이는 이제 막 성에 눈뜨고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아, 오빠처럼 보이는 아빠 캘럼은 캘럼대로 삶을 감당할 수 없는 듯 슬픔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관객은 내내 두 사람의 행복이 깨지는 건 아닐까 불안하지만, 아빠와 딸을 비추는 카메라는 튀르키예의 잔잔한 바다처럼 무심하기만 하다.
영화의 시작을 영상 대신 소리가 열었던 것처럼, 음악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영국 록그룹 퀸이 부르는 ‘언더 프레셔’가 뇌리에 깊이 박힌다.
당신도, 우리의 아버지도, 딸들도 압박감 속에 삶을 살아간다.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이 영화를 딸과 아빠의 여행기를 담은 정겨운 가족물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영화는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긴 여운을 남긴다.
이제 10대인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봐야 할까. 아니,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야겠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2월1일 개봉.
엄형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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