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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문화계 최측근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유명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 취소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주최 측은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러시아 측은 “정치적인 이유”라고 반발하고 있다.
앞서 15일 공연기획사 인아츠프로덕션은 다음 달 17일과 19∼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자하로바와 볼쇼이 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의 공연 ‘모댄스’를 취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아츠프로덕션은 공지를 통해 “최근 아티스트와 관객의 안전에 대한 우려 및 예술의전당의 요청에 따라 취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예술의전당 측도 “혹시 모를 안전 문제 대비 차원에서 기획사와 합의해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한러시아대사관은 “문화예술 분야의 협력이 정치적 게임의 인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냈다.
대사관은 “서구에서는 러시아를 고립시키겠다는 헛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을 접할 권리를 빼앗으려 하고, 순전히 문화적인 행사를 정치화하려는 시도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에서는 러시아 출신 예술가를 향한 보이콧이 이어지고 있다.
친푸틴 인사로 꼽히는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서 해고됐고, 세계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반전 메시지를 내기 전까지 공연계에서 영구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꼽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두 차례 수상한 세계 정상급 무용수인 자하로바 역시 푸틴의 문화계 측근 중 하나로, ‘푸틴의 발레리나’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의 일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지지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에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지난 4일 “자하로바의 공연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는 성명을 냈다.
이 때문에 이번 내한 공연이 논란을 일으킬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기획됐다가 지연됐는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어지면서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이미 나온 바 있다.
이 밖에도 올해 상반기 러시아 발레단 소속 무용수들의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어 파장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문화회관도 다음 달 16~18일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의 진행 여부를 놓고 여론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하로바는 전날 현지 매체를 통해 “이번 서울 공연이 주최 측이 아닌 정부 차원, 즉 문화부 차원에서 취소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주최자, 티켓을 구매한 관객, 우리에게도 모든 게 무산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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