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는 대한민국/ 김현성/ 사이드웨이 /1만9000
우리는 대한민국의 급격한 쇠락과 해체를 목도하고 있다.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으며, 지방은 소멸하고, 우리 모두 기형적인 고물가와 양극화된 사회체제 속에서 엄청난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한국인의 이기적인 품성을 꺼내 들거나, 특정한 정파가 권력을 쥐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모두 틀렸다며, 문제는 ‘돈’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은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얽힌 ‘돈의 문제’로 인해서 사멸의 길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경제구조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고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합계출산율 0.72명의 시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 | 김현성/ 사이드웨이 /1만9000 |
저자에 따르면 우리 공동체는 발전의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했던 쟁점들을 회피해 왔다.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빠른 성공 그 자체에 실패의 근거들이 예비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냉철하게 직시했어야 할 집단이 제대로 신뢰받지 못하며 이 문제를 외면해 왔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길을 ‘자살’이라고 명명했다.
이 모순적이고 파괴적인 사회경제적 구조를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요구되었던 ‘정당한 지출’을 감행하는 대신, 구성원 각자가 남보다 더 빠르게, 더 근면하게, 자기 몸을 갈아 넣으며, 극도의 효율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자도생의 토대를 구축했다고 주장한다.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방식’을 공동체의 근본적인 운영 기조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시간이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사치일 뿐이다.
모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힘쓰지 않으면 안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렇게 완성됐다.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소멸의 길을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을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우리 공동체를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총체적인 경제구조와 악순환의 고리를 철저하게 파헤쳤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모든 사회경제적인 문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에, 그 근원적인 이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피상적으로 ‘출산율 감소의 충격과 공포’만을 외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오랜 기간 수집하고 분석한 통계와 수치로써 우리가 왜 공동체를 위해서 지갑을 열지 못하는지, 우리는 왜 각자도생과 무한 경쟁의 구조적 토양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를 ‘돈’에 집중해 설명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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