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역사의 물줄기 속에 소시민의 삶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내 아버지가 역사에 휘둘린 소시민의 전형일 때, 이는 내 삶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4주기를 맞아 오성인 시인은 그 사건에 간접적으로 휘말렸던 아버지의 삶을 돌이켜본다.
할아버지가 6·25전쟁 당시 국군 징집 회피 행위가 기록에 남아 연좌제에 걸린 아버지는 원했던 의경 입대가 좌절되며 군대에 간다.
군부대에서 지시에 따라 이유도 모르고 만들었던 박달나무 곤봉이 5·18 당시 고향 광주의 이웃이자 친구들을 진압하며 피 흘리게 만들었던 ‘충정봉’이었다는 사실은 아버지를 이후 평생 과묵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버지는 그때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독 안에 가두며 괴로워했다.
국가 폭력에 일조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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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성인/ 걷는사람/ 1만5000원 |
그러나 동시에 세상 모든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광주 5·18이 크고 넓은 강의 본류라면, 이 이야기는 본류 주변에 형성되어 흐르는 자잘한 지류라고 할 수 있다.
사소하고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이 어떻게 역사에 편입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이 글은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짐이자 충정봉을 만들어 계엄군 손에 쥐여 준 가해자의 자식으로서 광주와 오월 영령들께 드리는 속죄다”라고 적는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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