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동시대 예술을 소개하는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Sync Next) 24’가 오는 5일 개막한다.
올해 싱크 넥스트 24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오는 9월8일까지 두 달여간 10개 작품을 27회 공연할 예정이다.

싱크 넥스트 24는 ‘시대를 선도하는 아티스트와 블랙박스 시어터(객석을 자유롭게 배치해 다양한 무대를 연출할 수 있는 극장)의 만남’을 모토로 2022년 시작됐다.
3년 차를 맞은 올해 처음으로 해외초청작을 선보인다.
이란 태생의 극작가 겸 연출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의 연극 ‘블라인드 러너(Blind Runner)’를 오는 18~21일 4회 공연한다.

블라인드 러너는 2022년 9월 발생한 이란의 ‘히잡 시위(마흐사 아미니 시위)’를 취재한 이란 기자 닐루파 하메디와 남편의 실화를 소재로 창작됐다.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체포된 후 의문사한 22세 쿠르드 여성이다.
극은 당시 사건을 소재로 이란 시민들의 투쟁의 역사를 조명한다.
국가 부패, 경제 불안정, 억압적인 정권에 맞섰던 1979년 이슬람 혁명, 2009년 녹색 운동, 2022년 히잡 시위를 그려낸다.
동시에 독재정권을 피해 망명하거나 불안정한 국가에서 비롯된 빈곤으로부터 도망쳐야만 하는 난민들의 현실과 그들의 곤경을 강조하며 국가의 도덕적 책임과 이상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블라인드 러너는 페르시아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연출가 쿠헤스타니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첫 방한한다.
그는 오는 19일 공연 종료 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할 예정이다.
20일 공연 종료 후에는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와 튀르키예 출신 언론인 알파고 시나씨가 작품 속 중동, 유럽의 현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이 작품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강연이 마련된다.

블라인드 러너는 지난해 5월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에서 초연했다.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은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축제로 유명하다.
이후 독일 베를린 페스티벌, 네덜란드 누더존 공연예술 축제 등에서 공연했으며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도 특별 기획공연으로 소개됐다.

블라인드 러너 외에도 실험적인 다양한 무대가 마련된다.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과 동갑내기 소리꾼 유태평양은 제19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류성실이 꾸민 무대에서 ‘돌고 돌고’라는 제목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배우 김신록은 시각예술가 손현선과 함께 ‘없는 시간’이라는 공연을 선보이며, 2020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과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재즈 음반 부문을 수상한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무대도 마련된다.

올해 싱크 넥스트 24에서는 재즈, 국극, 코미디, 컨템퍼러리 굿, 합창 등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 소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