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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내년을 기약하며 7일과 8일 각각 막을 내렸다.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나란히 시작한 '키아프리즈'는 프리즈가 하루 먼저 마치고, 키아프가 8일 행사의 끝을 맺으며 한 주간 서울을 뜨겁게 달군 '미술 주간'이 폐막했다.
올해 3회를 맞은 프리즈 서울은 지난 1회 때와 같은 대형 작품과 떠들썩한 분위기 대신, 차분한 관람환경 속 장외 전시와 연계 행사에 비중을 싣는 기획으로 운영됐다.
특히, 올해는 아트페어를 전후해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가 열리면서 미술 애호가와 수집가뿐 아니라 미술관과 갤러리 관계자 등 외국 미술계 인사의 방한이 많았다.
8일 프리즈 측은 이번 프리즈 서울 관람객이 지난해와 비슷한 7만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에는 프랑스 퐁피두 센터, 미국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 구겐하임 아부다비, 홍콩 K11, LA카운티미술관(LACMA), 루브르 아부다비, 홍콩 엠플러스(M+) 뮤지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일본 모리 미술관, 미국 뉴뮤지엄, 영국 서펀타인 갤러리, 미국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네덜란드 스테델릭 미술관, 영국 테이트 모던 등 글로벌 미술계 관계자가 페어 현장을 방문했다고 프리즈 측은 덧붙였다.
 주요 갤러리의 실적을 살펴보면 하우저앤워스는 호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 중인 니콜라스 파티의 인물화를 250만달러(약 33억5천만원)에, 독일계 화랑 스푸르스 마거스는 조지 콘도의 '자화상'을 195만달러(약 26억원)에 각각 아시아의 개인 컬렉터에게 판매했다.
페이스 갤러리는 이우환의 회화가 120만달러(약 16억원)에,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이 페어 첫날 100만 유로(약 14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아니카 이의 조각 작품은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20만 달러(약 2억6000만원)에 여러 점이 판매됐다.
한국 갤러리는 국제갤러리가 양혜규, 문성식, 이희준 등의 작품을 판매했고, PKM 갤러리는 유영국의 회화를 150만달러(약 20억원)에 판매했다.
갤러리 현대는 전준호 개인전 형식으로 부스를 꾸며 화제가 됐는데, 전준호 작품 7점이 새 주인을 찾았고, 이배 작품이 주를 이뤘던 조현화랑은 이배 작품 10점을 각각 5만6천달러(약 7500만원)에 했다고 밝혔다.
 부스 연출이 탁월한 갤러리를 선정하는 ‘프리즈 서울 스탠드 프라이즈’는 베트남 갤러리 퀸이 받았다.
퀸 갤러리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 투안 앤드루 응우옌의 개인전 형태로 부스를 구성해 호평받았다.
2~5일에는 연계 행사로 서울 을지로·한남동·삼청동·청담동 일대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나이트 파티가 연달아 개최됐다.
4일 삼청 나이트 행사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자정까지 문을 연 날 마련된 '미술인의 밤'에 참석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한국 미술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 국내 작가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국제교류재단 등은 해외 중진 큐레이터들을 초청해 국내 작가 작업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평받았다.
 행사를 앞두고 운송비 부담과 경기침체로 인한 불황 등을 이유로 참여 의사를 철회한 갤러리가 10여 곳 정도 나오기도 했지만, 세계 정상급 갤러리를 중심으로 대형 작품 판매 소식이 이어지며 올해 프리즈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2024 프리즈 서울은 전 세계 예술 달력에서 중요한 행사로 그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며 "특히, 올해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개최와 맞물려 한국 미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8일 폐막한 키아프 서울에는 5일간 총 8만2000여명이 방문했다.
키아프 측 관계자는 "올해는 VIP 방문객이 늘었고, 특히 프리즈가 하루 먼저 끝나 키아프에만 입장할 수 있었던 마지막 날 방문객이 1만2000명으로 지난해 6000여명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키아프는 개별 갤러리의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기대 이상의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고, 비록 호황기만큼의 매출은 아니었지만 우려했던 상황은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키아프는 지난 2년간 프리즈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과 달리 '달라졌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갤러리 관계자는 "올해 갤러리 심사 강화와 전시장 확장 등 주최 측의 보다 강력한 행사 개선 의지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키아프 측은 "참여 갤러리의 수를 줄이고 전시 공간을 넓혀 관람객 편의를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며 "또한, 전체 전시장 중 3분의 1가량을 해외 갤러리 부스로 구성해 글로벌 아트페어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 키아프는 갤러리 심사에서 구작보다 신작 위주로 출품하게 하는 한편 갤러리 부스 내부 구성 계획까지 제출하게 하는 등 예년 대비 꼼꼼하고 엄격한 과정을 거쳤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키아프에 참여한 일부 갤러리들은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순다람 갤러리가 출품한 히로세 센주의 신작은 42만 달러(약 5억6000만 원)에 판매됐고, 그랜드볼룸에 부스를 낸 금산 갤러리는 백남준의 대형 오브제 작품을 판매했다.
갤러리 윤은 1억2000만 원에 포함된 이강소의 대형 작품을, 동산방 화랑은 산정 서세옥, 운보 김기창, 김호득 등 국내 대가의 작품을 대거 판매했다.
 본전시에서도 국내 작가들의 판매 소식이 계속됐다.
갤러리 비앤에스가 출품한 이배의 대형 회화 작품은 2억6000만 원에, 써포먼트갤러리의 2.6ｍ에 달하는 이인섭의 대작은 1억2000만 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솔로 섹션에서는 갤러리 그림손이 채성필 단독 부스로 꾸려 솔드아웃을 기록했고, 갤러리 나우 또한 고상우와 김준식 작품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다.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기획된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즈'에는 강철규, 김은진, 최지원이 최종 선정됐다.
특히, 디스위켄드룸의 최지원이 솔드아웃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최종 선정된 3인에게는 각각 창작지원금 1000만원이 수여됐다.
키아프리즈 기간을 전후해 대형 전시가 연이어 개막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를 비롯해 현재 국내 주요 미술관과 대형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작가 작품들이 해당 작가가 소속된 갤러리의 출품작으로 아트페어에 소개되고, 이들 작품이 현장에서 판매되면서 전시와 아트페어 현장이 하나로 연계되는 장면이 연출돼 화제가 됐다.
키아프 측은 "한국 미술계가 하나 되는 구심점 역할을 비롯해 새로운 얼굴 발굴, 미술 시장 활성화, 예술 경계 확장 등 국내 최대 아트페어로의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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