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론 뮤익
극사실주의 조각으로 잘 알려진 론 뮤익의 전시가 아시아 최대 규모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7월13일까지 열린다.
1990년~최근까지 시기별 주요 작품을 망라했다.
5, 6, 지하 전시장 3곳에서 조각, 사진, 영상 등 총 24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매스'(2016~2017)다.
2017년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의 의뢰로 제작된 100개의 대형 두개골 형상을 쌓아 올린 작품이다.
과거 론 뮤익이 프랑스 파리의 지하 묘지를 찾아가서 높게 쌓인 사람 뼈가 쏟아져 내린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전 호주와 프랑스 전시 때와 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장 공간 환경에 맞게 첩첩이 쌓인 해골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으로 연출에 변화를 줬다.
폭이 좁고 층고가 높으며, 전시장 상부에 바깥으로 난 창문이 지하 묘지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조형물이 워낙 커서 호주에서부터 선박으로 옮겨, 설치에만 2주가 걸렸다고 한다.
'매스'가 연출하는 괴기스러운 풍경에 론 뮤익은 단일한 해석을 내놓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찰리 클라크 론 뮤익 스튜디오 큐레이터는 "론 뮤익은 작품을 통해 설교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색하고 감상하는 자리를 만들길 원했다"며 "관람객이 열린 마음으로 감상하면서 여러 의미를 가져볼 수 있다"고 전했다.

'치킨/맨'은 이번이 뉴질랜드를 벗어난 첫 해외 전시다.
식탁 위 닭과 대치하는 노인의 모습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이 작품 역시 별다른 작품 설명이 없이 관객 저마다의 해석을 유도한다.
해당 작품은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큰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5년간 폐관했던 아트 갤러리가 재개관하면서 치유 기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는 점에서 위로의 메시지를 담으려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찰리 큐레이터는 "해당 작품은 뉴질랜드를 벗어난 적이 없어 해외 전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론 뮤익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선보이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광경"이라고 설명했다.
론 뮤익 작품 크기는 실제 사람보다 크거나 작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과 동떨어진 다른 차원에 놓인 느낌을 자아내기 위함이다.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론 뮤익은 작품 속 모델이 처한 상황보다는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자신과 주변 인물과 링크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찰리 큐레이터는 "작품들에 별다른 표정이 없는 건 보는 이마다 각기 다르게 작품과 공감하기를 원해서"라고 부연했다.

전시를 다채롭게 즐기기 위해서는 전시작 뒷면을 볼 필요가 있다.
'마스크 II'는 사실적인 모습의 전면과 달리 뒷면은 텅 빈 공간으로 제작돼 자의식을 배제한 껍데기로서의 얼굴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십 대 연인의 모습을 담은 '젊은 연인' 역시 남자가 등 뒤로 여자의 팔을 잡는 모습이 여러 감정과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에서 활동해온 론 뮤익은 그간 극사실주의 기법을 선보여 왔다.
그의 생동감 넘치는 작품은 관객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시대의 자화상과 마주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작업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 지난한 과정을 통과하는데, 이런 점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 풍조 속에서 일종의 '시대 저항'으로 읽히기도 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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