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
月평균 이자비용 11.2% 상승 등
전년 대비 지출 2.5% 늘었지만
가계소득 고작 1.4% 증가 그쳐
물가 올라 식료품비 등 부담도 커
적자 가구가 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 실질소득은 줄어든 반면 나가는 돈이 늘어난 탓이다.
특히 중산층에서 적자 가구 비율이 눈에 띄게 올랐다.
지난 1분기 중산층 5가구 중 1가구꼴로 ‘적자 살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상여금이 줄어들면서 소득 최상위 가구의 적자비율도 상승했다.
26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 중 적자 가구의 비율은 26.8%였다.
1년 전(26.7%)과 비교하면 소폭(0.1%포인트) 올랐다.
 | ‘장보기 겁나네…’ 2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초콜릿·음료·김·간장 등 식품과 더불어 건전지 등의 소비자 가격이 원가 상승 영향으로 일제히 오른다.
코코아 가격 상승으로 롯데웰푸드는 초콜릿 17종 제품을 평균 12% 인상하고, 동원F&B는 김 제품을 평균 15% 올리기로 했다.
연합뉴스 |
적자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세금·사회보험료 등 비소비 지출을 뺀 값)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가구를 뜻한다.
적자 가구의 비율을 소득 분위별로 보면 상위 20∼40%인 4분위는 1분기 들어 1년 전보다 2.2%포인트 상승한 18.2%를 기록했다.
직전 지난해 4분기(14.8%)와 비교하면 3.4%포인트나 올랐다.
소득 상위 40∼60%인 3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도 1분기 들어 17.1%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60% 가구는 일반적으로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1분기 중산층 가구 20%가량이 소비 여력보다 더 많은 돈을 쓴 적자 살림을 했다는 의미다.
적자 살림은 소득 최상위 가구에서도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1분기 적자 가구 비율은 1년 전보다 0.5%포인트 상승한 9.4%를 기록했다.
중산층 바로 아래인 소득 2분위(상위 60∼80%)의 1분기 적자 가구 비율도 1년 전보다 0.9%포인트 오른 28.9%였다.
다만 소득 최하위인 1분위(하위 20%)의 적자 가구 비율은 2.0%포인트 하락한 60.3%로 개선됐다.
중산층·고소득층 가구에서 적자 살림이 증가한 것은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와 부진한 소득 증가 탓으로 보인다.
물가와 금리의 고공행진으로 가계의 소비와 이자비용 등 지출은 증가했지만, 소득이 이를 상쇄할 만큼 늘지 못하면서 적자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월평균 가계 소득은 1년 전보다 6만8000원(1.4%)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9만9000원(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도 1만4000원(11.2%) 늘었다.
더불어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3만5000원(1.1%)이나 뒷걸음질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 가구 비중이 높은 중산층·고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1분기 3·4분위 가구의 지출은 각각 5.9%, 4.5% 늘었지만, 소득은 각각 5.4%,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근로소득의 증가율은 3분위가 3.8%, 4분위가 0.7%로 부진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의 상여금이 감소하면서 고소득층인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0%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도 1분기 소비자물가는 3% 넘게 올라 가계 부담을 키웠다.
특히 과일 및 채소, 유제품 등 식료품·비주류음료에 들어간 돈이 1년 전보다 7.2%나 늘었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밥상에 오르는 만큼 지출을 줄이기 힘들다.
금리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11번째 동결했는데, 향후 금리 인하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초 7∼8월로 예상된 인하 시점이 4분기까지 미뤄지는 분위기다.
물가가 여전히 높고 상승 압박도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면 이자비용 등 가구당 비소비지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13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2% 증가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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