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구용역·출장비 20여회 집행
세부 지출 기록 없이 거래처에 지급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중국 사무소에서 한해 2억∼3억원대의 경비를 사용하면서 수년째 지출 관련 증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연구소는 자체 정산으로 회계 감사를 대체한다는 것인데, 내부 기록만으로는 정확한 지불내역을 알 수 없는 고액의 지출이 다수 있었다.
해외주재원 근무 규정상 경비 증빙 기록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실이 한의학연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의학연구원은 조 의원실의 회계 감사 보고서 요청에 “국내 수행 연구는 회계법인을 통해 연구비를 정산하지만, 해외 수행 연구는 연구비사용보고서 제출로 정산을 진행한다”며 자체 기록한 해외 연구비 사용 내역을 제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한의학연구원은 정부 출연금으로 한의학과 한의 의료의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중국 베이징에 해외 사무소가 있다.
이곳에 총 3명이 근무 중이다.
한의학연구원은 2017∼2021년 베이징 사무소 운영 경비로 총 13억3000만원을 지출했다.
경비 사용액은 점점 증가해 지난해에는 3억2000만원을 썼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2억5000만원을 지출했다.
베이징 사무소의 최근 3년 연구비 사용 내역을 보면 매년 20여회 정도 지출 증빙이 이뤄지지 않은 각종 연구 용역 비용이 많게는 천만원대로 집행됐다.
모두 중국 현지 거래처에 지급한 것으로 기록됐다.
각종 출장 비용과 가족 여비로도 100만원대 이상 금액을 수차례 쓴 것으로 기록됐다.
회의비에는 매년 120회 이상, 많게는 50만원대 금액이 쓰였다.
이 내역들은 모두 증빙 없이 세부 지출이 기록되지 않았다.
한의학연구원 해외주재원 근무 규정상 주재 기관은 경비 증빙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
한의학연구원 측은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어 영수증을 번역해서 회계 감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돼 있다”며 “전체적 절차를 면밀히 검토하고 보완할 내용이 있다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 의원은 “해외주재원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없다면 방만하게 운영될 소지가 크다”며 “한의학연구원은 가장 기본적인 증빙 절차조차 갖추지 않은 아마추어식 운영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은산·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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