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량 늘고 연료가격 급등 영향
7개 분기 연속 적자는 사상 처음
2022년 전기요금 3회 인상 역부족
주춤했던 인상론 다시 거론될 듯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냈다.
발전량 증가와 연료가격 급등으로 전년의 6배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손실을 낸 것인데, ‘난방비 폭탄’ 이후 주춤했던 전기요금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는데 전기요금 인상 폭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원가 부담이 고스란히 적자로 누적됐다는 것이다.
 | |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
한전은 24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0조5983억원(17.5%) 늘어난 71조271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조 업황이 살아나며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실적을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소폭 늘어나 판매량이 2.7% 늘어난 결과다.
반면 지난해 영업비용은 103조8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37조3552억원(56.2%)이나 뛰었다.
자회사 연료비가 15조1761억원(77.9%) 증가하고, 민간 발전사 전력구입비 역시 20조2981억원(93.9%) 폭증한 결과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2조603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한전의 영업 적자 폭이 5조846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6조7569억원이나 적자가 불어난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2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이어갔다.
7개 분기 연속 적자는 사상 처음이다.
한전은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전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이 2배 이상으로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평균 SMP는 ㎾h당 196.7원으로 2021년(94.3원)의 2.1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LNG 가격은 t당 734.8원에서 1564.8원으로, 유연탄은 t당 139.1달러에서 359.0달러로 역시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연료비 폭등으로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이미 4개 분기 연속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지난해 4월 ㎾h(킬로와트시)당 6.9원, 7월 ㎾h당 5원, 10월 ㎾h당 7.4원을 올린 데 이어, 지난달 ㎾h당 13.1원 올렸다.
하지만 이 같은 전기요금 인상분으로는 부실한 한전의 재무 상황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국회에 제출했다.
한전은 재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 건전화 계획에 따른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 시기 조정, 비용 절감 등 향후 5년간 20조원(한전 14조3000억원·그룹사 5조7000억원)의 재무 개선을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한전은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 중 4분의 1 수준인 13.1원을 인상했는데, 2∼4분기에도 같은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민 부담을 고려하면서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조정,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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