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추석 연휴로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이 명절 이후로 미뤄졌다.
전기요금 결정에 직접 관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국전력 사장이 추석 직전 새로 임명되면서 두 사람의 첫 시험대가 역대급 누적 적자를 쌓은 ‘한전의 미래 비전’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전기요금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4분기 전기요금 결정보다 한전의 자구책 발표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을 둘러싸고 당정 협의가 난항을 겪을지 주목된다.
 | | 서울의 한국전력 영업지점 모습. 뉴스1 |
◆“51.6원-21.1원=30.5원”
3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국회에 보고한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에서 “2027년까지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23년 ㎾h(킬로와트시)당 51.6원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요금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산업부는 당시 요금 정상화 외에도 △한전법 개정으로 한전 사채한도 확대 △비용 최소화 노력 등도 함께 보고했다.
특히 비용 최소화 노력엔 지분과 자산 매각, 사업의 규모 조정과 시기 이연, 경비·사업비·기타비용 절감, 영업제도 개선, 자산 재평가 등을 통해 2026년까지 총 14조2501억원을 아끼겠다는 재정건전화 자구책도 포함됐다.
하지만 올해 1분기와 2분기 요금을 ㎾h당 각각 13.1원과 8.0원 올렸고, 3분기 요금은 동결한 가운데 4분기 요금 인상 여부 결정 시기가 됐다.
산업부가 지난해 정부·국회와 협의한대로라면 4분기에 ㎾h 30.5원을 한꺼번에 올려야하는 상황이다.
앞서 한전은 누적적자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2월엔 20조1000억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발표했고, 5월엔 ‘요금 인상 전에 우선 고강도 자구 노력을 추진하라’는 정부·여당 주문에 정승일 전임 사장이 사임하면서 자구책 규모를 25조7000억원으로 늘렸다.
올해 2분기 인상은 정 전 사장이 사임한 지 이틀 뒤 이뤄졌다.
4분기 전기요금 조정 관련 부처 협의는 한전이 18일 ㎾h당 5원으로 동결한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업부에 보고하면서 본격화했다.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근까지 상한인 ㎾h당 5원이 적용되고 있어 기준 연료비 결정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여부가 갈린다.
산업부가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요금 조정 검토에 들어간 상황에서 방문규 신임 산업부장관과 김동철 신임 한전 사장이 20일 동시에 취임했다.
◆한전 추가 자구책 이후에 인상?
한전은 누적적자 47조원에 201조원 규모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당장 전기를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를 깨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절실하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시기 때마다 ‘지난해 연말 정부와 당·정이 협의한대로 올해 51.6원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1·2분기 요금 인상 이후 3분기 요금 동결 과정에선 불협화음이 그대로 노출됐다.
아울러 지난해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한전의 사장과 이를 국회에 보고한 산업부의 장관은 모두 교체됐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취임 후 언론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는 요금이 원가를 반영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새 정부 들어 5차례에 걸쳐 40%나 되는 전기요금 인상이 있었기 때문에 우선 (한전이) 고강도 경영 쇄신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국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한전이 먼저 경영 합리화 등 추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 새 수장인 김동철 한전 사장은 ‘비상경영·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김 사장은 “직면한 절대적 위기를 극복하는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당분간 이번 추석 연휴를 포함한 휴일을 모두 반납하고 24시간 본사를 떠나지 않고 핵심 현안을 챙기겠다”면서 취임 첫날 ‘워룸’(비상경영 상황실)이라고 이름붙인 사장실 옆 회의실에 야전침대를 들여놓고 숙박을 시작했다.
그가 사장실 숙박을 감행한 것은 전기요금 인상 여부보다 추가 자구책 마련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은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한동안 전기요금 인상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한전 정상화를 위해선 특단의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 외에 요금 정상화는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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