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비엘이 만성 적자로 위기에 휩싸였다.
과거 발행했던 사채들의 상환 청구가 이어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에 비엘은 자회사인 비엘팜텍을 활용해 현금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비엘은 지난 3일 44억원 규모의 제8회차 전환사채(CB)를 재취득했다.
이 CB는 2021년 11월30일 5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지난해 11월에 6억원어치를 매입했고 이번에 남은 물량 모두를 사들인 것이다.
표면·만기이자율은 0%지만, 채권자와 별도 합의를 통해 약 0.5%의 이자를 추가로 지급해 인수했다.

CB를 재취득한 이유는 전환가가 현 주가 대비 과도하게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CB의 주당 전환가는 5841원이다.
발행 당시 8344원이었지만 주가가 계속 하락해 최저 리픽싱(전환가 조정) 한도까지 내려갔다.
그런데도 현재 주가가 2000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180% 이상 올라야 CB를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비엘의 주가는 2022년 9월 이후 단 한 번도 5800원을 넘지 못했다.

CB 등 메자닌 사채의 상환 러시는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월 비엘은 45억5000만원 규모 제7회차 CB를 사들였다.
이 CB는 2021년 2월16일 130억원 규모로 발행된 물량인데 절반 이상은 2022년 초 주식으로 전환돼 시장에 풀렸고 남은 물량은 비엘이 재취득한 것이다.

교환사채(EB)도 있다.
2021년 11월29일 자회사 비엘팜텍(구 넥스트비티)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삼아 80억원을 발행했는데, 이 또한 지난달 비엘이 63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최근 한 달 새 약 150억원 규모의 사채를 상환해 준 셈이다.

이 같은 사채 상환 러시를 막기 위해 비엘은 자회사 비엘팜텍을 이용했다.
비엘의 자체 현금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비엘의 현금성자산은 12억원이다.
유동자산 모두를 합쳐도 137억원 수준이다.

우선 비엘은 애니원에프앤씨 상환전환우선주 9만7000주(20.25%)를 99억원에 비엘팜텍으로 매각했다.
애니원에프앤씨는 커피 원재료를 공급하는 식품 유통회사다.
비엘은 이 주식을 97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또 보유하고 있던 52억원 규모 비엘팜텍 CB도 상환받았다.
2020년, 2021년 각각 발행된 제16회차, 제18회차 CB다.
두 CB의 주당 전환가는 999원, 1004원이다.
현재 비엘팜텍의 주가가 480원대라 전환하기 힘든 사채다.

아울러 비엘은 지난해 12월 보유하고 있던 비엘팜텍 보통주 1600만주(17%)를 담보로 35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계약 상대방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으로 이자율은 15%다.
계약기간은 3개월이다.
담보비율은 170%로, 비엘팜텍의 주가가 371원 이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 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비엘 관계자는 “비엘은 이번 애니원에프앤씨 매각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소했다”며 “또한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를 전액 상환함으로써 부채 규모도 많이 감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