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1조 신화를 쓴 삼양식품이 라면 업계 판도를 바꿀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에선 삼양식품의 급성장에, 삼양가 며느리 김정수 부회장이 개발한 ‘불닭볶음면’ 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삼양식품이 지난달 31일 잠정 집계해 공시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1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2% 상승한 1468억원이다.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에 만년 3위였던 삼양식품은 해외 사업 성장세를 유지하며 매출고를 올린다는 구상이다.
◇ 1조 신화 며느리에 이어 손자도 나섰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며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집중 조명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삼양식품이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기업 경영 경험은 없었지만, 시아버지인 전 전 명예회장과 회사의 사업 문제를 놓고 자주 대화했다.
김 부회장이 불닭볶음면을 개발할 당시, 삼양식품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신라면, 진라면에 밀린 상태였다.
그러던 중 김 부회장의 불닭볶음면이 삼양을 일으킨 주역으로 등장했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삼양은 거의 망한 회사였었다”면서 “삼성과 LG, 현대 등 대부분 대기업을 창업주의 남성 상속자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며느리로서 기업을 회생시킨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삼양은 불닭볶음면에 그치지 않고, 향후 포트폴리오를 다각도할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오너 3세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 상무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전 상무는 매운 국물라면 ‘맵탱’을 론칭하고 제2의 불닭볶음면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1994년생인 전 상무는 전인장 전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지난해 9월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10월 상무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삼양식품은 전 상무의 맵탱 또한 불닭볶음면과 같이 해외시장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에 이어 맵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도하고, 불닭볶음면이 개척한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성장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오뚜기, 삼양에 2위 자리 내주나
삼양이 진격하자, 그동안 진라면으로 줄곧 라면 매출을 방어해왔던 오뚜기의 위치가 위태로워졌다.
다양한 히트상품으로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는 농심, 그리고 불닭볶음면으로 K라면 신화를 쓴 삼양식품에 비해 오뚜기는 주력 상품 포트폴리오 부족으로 약세를 이어간다는 지적이다.
또한 삼양식품이 해외법인과 밀양공장의 시너지에 기반해, 규모를 확대하면서 라면업계 2위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는 “올해 국내 라면 순위에 변동이 예상된다”며 “삼양식품이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주력해 이대로 지속 성장한다면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 7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에서는 오뚜기가 더 우세다.
그에 힘입어 오뚜기 역시 해외 시장 규모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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