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대책 크게 5번 발표
‘공급확대·규제완화·민간강화’ 초점
“수도권 쏠림 심화할 것…
당장의 표 아닌 장기적 관점 가져야”
윤석열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로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이 주거안정과 시장가격 안정화에 기여하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선거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부동산 분야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해온 정책은 수도권 쏠림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어 ‘국토균형발전’이 정치적인 명분에 그치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윤석열정부, 재건축 규제 완화 이대로 괜찮은가’ 이름으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점검했다.
 | 황지욱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이 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재건축 규제완화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발제를 맡은 황지욱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 중심의 주택공급 대규모 확대 △그린벨트 같은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에 과감한 규제 완화 △민간건설 임대세제 지원 강화 △거주 의무를 완화한 임대매물 물량 확대 등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 민간부문 역할 강화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런 정책이 대출유도 전략으로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총선을 목표로 하는 단견적 정치지향형 정책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2년부터 크게 총 다섯 차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 6월21일 ‘임대차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로 종부세·취득세 등을 완화하고 민간 건설 임대 세제지원 강화 및 거주 의무를 완화하는 대책 등이 담겼다.
두 달 뒤인 같은 해 8월16일에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이라는 명칭으로 270만 가구를 민간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 중 208만호를 수도권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경실련은 “직주근접을 기반으로 주거입지와 규모를 분석하지 않은 채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으로 물량공세만 강화하면 비수도권과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내세운 지방시대 정책과 이율배반적”이라고 밝혔다.
재건축 요건을 낮추고 부담을 경감시키는 정책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2022년 9월29일 발표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은 재건축으로 벌어들이는 초과이익 관련 제도를 건설사·시공사에 유리하게 완화했는데 경실련은 “부자감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방에 부담금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사업 수익성이 높지 않은 지방 소도시 노후단지, ‘나홀로아파트’ 등에 얼마나 재건축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시공사는 결국 수익이 창출되지 않고 인구가 적은 지역 재건축엔 나서지 않아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고 교통대란 등 사회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운영위원장은 “지역별로 재건축 부담요율을 차등화하거나 민간기관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면서 자족형 도시개발 계획 수립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12월8일과 가장 최근인 지난 1월10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안전진단 관련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 요건을 더욱 낮췄다.
정부는 주거환경 개선을 이유로 안전진단 통과가 전보다 쉬워지도록 비중을 조정했고 올해는 30년 넘은 아파트는 아예 안전진단을 하지 않고 재건축이 가능하게 했다.
특히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이고 재건축을 가능하게 했다.
 | |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주의’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시장 매터니즘을 존중해야 하지만 “현재 정책은 주거안정에 궁극적으로 기여하지 않는다”는 데 공통적인 의견을 보였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부동산법무학)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주차장 대수 등 현재 주거수준에 전혀 맞지 않는 단지가 있다”며 “소득이 늘며 같이 높아진 주거수준 향상 욕구에 주거환경을 어느 정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건축으로 용적률을 높여주는 부작용은 다음에는 이를 600%, 700%씩 높여줘야 재건축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라며 “우리 세대 문제를 후세대로 미루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표를 의식해 이렇게 재건축하지 말고 리모델링으로 도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이 옳다”며 “1기 신도시도 이렇게 재건축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창수 가천대 교수(도시계획학)는 비수도권과 비교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이 가파른 것을 언급하며 “재건축 규제 완화 (혜택) 대상이 되는 주택소유자가 불로소득을 확보하는 정책이 (시장의) 자유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 정책은 주택 가격을 궁극적으로 상승시킨다”며 “공급을 고도화해서 수도권에 계속 집중시키고 나중에 규제하면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분당, 평촌 같은 지역에서 수도권 표를 많이 받기 위해 도시정책을 펼치는 게 적절하냐”며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해 경쟁력 있는 곳은 밀어주고 아닌 곳은 열외에 두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자유방임주의”라고 비판했다.
김천일 강남대 교수(부동산건설학부)는 “현재 재건축 완화 정책은 주택시장의 건전한 확립보다는 특정 지역에서 단기적인 정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것 같다”며 “주택 수요가 많았던 1970년대부터 1990년대에 지어진 주택의 재건축 시기가 한꺼번에 도래하는데 단계적, 맞춤형으로 제도를 고안해야지 정교하지 못한 정책은 시장 불안정성을 부추겨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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