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성장하면서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성장세가 뚜렷해지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1.3%를 나타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0.6~0.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21년 4분기 1.4%를 기록한 이후 9분기 만에 최고치다.
우리나라는 작년 1분기 0.3%, 2분기 0.6％, 3분기 0.6%, 4분기 0.6%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 1분기에는 수출은 물론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도 개선세가 뚜렷했다.
부문별 성장률을 보면 수출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IT(정보통신) 품목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0.9%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소비심리 개선으로 재화(의류 등) 및 서비스(음식숙박 등)가 늘어 0.8%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물건비 지출 등이 늘어 0.7% 증가했으며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어 2.7% 늘었다.
반면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줄면서 0.8% 감소했다.

지출 항목별로 1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수출과 소비의 개선세가 뚜렷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에서 순수출 기여도는 0.6%포인트로 작년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민간소비 기여도는 0.4%포인트로 작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1%포인트에 그쳤던 것에 비해 기여도가 올라갔다.

건설투자 기여도 역시 0.4%포인트로 작년 4분기 -0.5%포인트에 비해 반전했다.
건설투자의 경우 올해 1분기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라 일부 사업장의 마무리 공사가 늘면서 개선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주체별로 성장 기여도를 보면 민간이 1.3%포인트, 정부가 0.0%포인트로 1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민간영역에서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이 여전히 좋은데다 내수도 우려보다 개선되면서 1분기 성장률이 기존 예상치를 웃돌았다"며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수출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올해 1분기 성장률 수치가 굉장히 서프라이즈하게 나왔다"며 "현재 수출 제품 가격이 높아지고 물량도 증가하는 단계라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종별 1분기 성장률을 보면 제조업은 화학제품, 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1.2% 증가했다.
전기가스 수도사업은 수도, 하수 및 폐기물처리, 원료재생업을 중심으로 1.8% 늘었다.
건설업은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어 4.8% 증가했으며 서비스업은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0.7% 증가했다.
반면 농림어업은 재배업을 중심으로 3.1% 줄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과 소비가 동반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1분기 성장세가 좋았다"며 "큰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분기에도 우리 경제의 개선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수출 상황이 좋은데다 하반기로 갈수록 국제유가와 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수출은 163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수출액은 35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하며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어 2분기에도 수출이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들어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연간으로도 무난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수 역시 개선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3%를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하고 금리 역시 인하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불확실성 요인이었던 고환율, 고금리 등 여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며 "하반기에도 개선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뚜렷하게 개선되면서 한은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12일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2.1%를 상회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빠른 수출 회복과 완만한 민간소비 개선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외 주요 기관에 비해 약간 낮은 편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3%로 예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을 2.2%로 보고 있다.

한은은 다음달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 국장은 "1분기 실적치가 당초 한은의 전망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음달 수정경제전망에서 1분기 양호한 실적치가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1분기 성장률이 1% 이상 반등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1%에서 2% 중반 내외 정도까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