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지난 13일 국내 주요 상장기업 10개사의 사내·사외이사들과 간담회를 열어 최근 금융당국과 함께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당시 참석자 대부분은 이사회 역할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특히 사외이사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사회가 사외이사들에게 제공하는 정보와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잇달았던 결과로 보인다.
 | | 한국거래소 전경 |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은 연초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급한 해결과제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 해소를 꼽은 바 있으며, 이를 위해 지난 5개월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 등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이른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상장기업 이사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제고계획 5가지 핵심 및 특징에 ‘이사회 책임’이 포함되어 있으며, 계획 수립 과정에서 필요하면 이사회 보고·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제고계획 수립에 이사회의 개최 일자·심의 내용을 기재하면 신뢰 제고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고 안내되어 있으며, 이사회가 경영진의 계획 수립·이행 여부 등도 감독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한마디로 기업 가치 제고에 이사회의 역할은 전방위적이고 광범위하며, 핵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주식회사에서 이사회 역할은 법으로도 매우 중요하게 명시되어 있다.
상법에서는 주식회사 설립 시 이사와 감사를 과반수로 선임하게 되어 있으며, 이들 이사는 이사회를 구성하여 회사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상법 393조 ‘이사회의 권한’을 보면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 집행을 결의하고, 이사 직무의 집행을 감독하며, 대표이사로 하여금 다른 이사 또는 피용자의 업무에 관하여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 이사회는 3개월에 1회 이상 업무의 집행상황을 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
법적 권한으로 볼 때 이사회는 회사 경영에서 막강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셈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이사회 관련하여 크게 주목받은 몇가지 사례를 보면 이러한 역할은 더욱 명확해 보인다.
세계 최고의 고성능 AI(인공지능) 기술인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만든 미국의 오픈AI는 지난해 11월17일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핵폭탄급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사를 설립하고 챗GPT 서비스 론칭을 주도한 샘 앨트먼 최고경영자(CEO)의 해임을 결의한다는 뉴스였다.
투자자와 직원들의 거센 반발로 5일 만의 해프닝(Happening)으로 끝나긴 했지만, 이사회의 막강한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으로 회자 된다.
이보다 앞서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1985년 애플 이사회로부터 해임됐으며, 미국의 전기자동차 생산 기업인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역시 글로벌 결제 서비스 회사인 페이팔 이사회로부터 해임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와 어도어 간 경영권 문제로 양 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역할이 언론에 주목받기도 했다.
주식회사가 된 이상, 그중에서도 특히 기업공개(IPO)를 하여 상장회사가 된 이상 기업의 주권은 특정 개인이나 회사가 아닌 주주에게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대주주 또는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에서 소액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큰 영향력을 가지긴 어렵긴 하다.
그런 연유로 기업의 등기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가 모두 포함된 이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 주목받는다.
물론 이사의 재량과 책임을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미국 및 유럽 기업과 다르게 한국 기업의 이사회 대부분은 ‘엄근진’(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재계 전반으로 확대되어 한국 기업 이사회의 문화가 달라지길 희망하며, 나아가 상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진짜’ 이사회의 역할이 부여되길 기대해본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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