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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중앙은행(RBA)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4.35%로 동결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재반등 경계감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재반등 우려로 인해 이르면 연말 또는 내년에나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RBA 이사회는 18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5회 연속 동결이다.
이사회는 정책결정문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 속도가 둔화했으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 범위를 웃돌고 있다"면서 "노동시장 여건은 완화됐으나 여전히 타이트한 상태"라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경제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최근 지표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목표 범위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RBA의 이번 동결 결정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지난해 말 3.4%까지 낮아졌다가 다시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이날 공개된 정책결정문에서도 상당수 내용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CPI 관련 표현은 '높다(high)', '예상보다 점진적으로 하락했다(falling more gradually than expected)'에서 '목표를 초과했다(above target)', '지속적이다(proving persistent)'로 변경됐다.

특히 시장에서는 이날 정책 결정문에 '경계(Vigilant)'라는 표현이 쓰인 것을 주목하고 있다.
정책 결정문에는 "최근 엇갈린 지표에서는 인플레이션 재반등 리스크를 계속 경계(Vigilant)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금리 경로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이사회는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통상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은 잠재적 금리 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당 단어를 사용한다.
이에 따라 BOE 출신인 미셸 불록 RBA 총재가 금리 인상 여지까지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불록 총재는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사회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해당 단어가 인상 시그널로 쓰인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사회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금리 인상 주장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책 결정문에 반영된 것처럼,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경각심을 갖게 한 몇 가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 연말에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리선물시장에는 오는 12월까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40% 미만 반영되는 데 그쳤다.
당초 연내 두 차례 인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제는 많아야 한 차례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삭소 마켓의 차루 차나나 외환전략 책임자는 "RBA가 매파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호주의 거시경제 예측 책임자인 션 랭케이크 역시 "매파적"이라며 "2024년 중 금리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록 총재는 이날 호주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일축했다.
호주에서는 1분기 경제성장률(0.1%)이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좁은 길'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통화정책 결정이 공개된 이후 호주 달러 환율은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3년 만기 호주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호주 증시에서 ASX 200지수는 전장 대비 1.01% 상승한 7778에 거래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