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지난 1월 토스뱅크가 ‘환전 수수료 평생 무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시작된 금융권의 ‘무료 환전’ 서비스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금융권은 이미 상반기 한차례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 바 있는데, 지난 6월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가 휴가철을 앞두고 ‘달러박스’를 론칭하면서 2차 외화 서비스 전쟁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기존에는 환전·결제·ATM 출금 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던 여행자 특화 카드로는 핀테크 스타트업 트래블월렛의 트레블페이와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가 대표적이었지만 토스뱅크 외화통장 출시 이후 하나, 신한, KB국민, 우리 등 4대 시중은행도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특히 비대면거래가 만연해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장 격인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의 경쟁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본격 ‘외화 서비스’ 패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 ‘살 때도 팔 때도 평생 무료 환전’ 토스뱅크
앞서 지난 1월 토스뱅크는 “고객들의 환전 수수료를 평생 무료로 하겠다”며 국내 금융사 최초로 수수료가 들지 않는 외환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토스뱅크는 외화통장 및 서비스 출시로 시중은행과의 외환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어, 평생 무료 환전 서비스 수수료 경쟁력으로 외환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시중 은행권들이 잇따라 외환 서비스 관련 상품을 출시하면서 토스뱅크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토스뱅크가 출시한 외환 서비스는 외화통장 하나로 전 세계 17개 통화를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있으며, 해외 결제와 출금은 기존 토스뱅크 체크카드로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ATM 이용(입금 불가, 출금만 가능)은 물론 결제가 모두 가능하며 수수료는 모두 무료다.
카카오뱅크와 차이점을 꼽는다면, 토스뱅크는 한국에서 쓰던 기존 체크카드를 외화통장에 연동하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을 더했다.
또한 컨택리스칩을 탑재해 해외 일부 국가에서 교통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다.
김승환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 프로덕트오너(PO)는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불투명한 환전 수수료가 외환시장의 혁신을 가장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했다.
환전 금액이 커질수록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고객과 멀어지게 하는 점이다”며 “토스가 송금 수수료 무료 선언을 통해 돈의 이동을 자유롭게 했듯, 토스뱅크도 환전 수수료 무료를 통해 원화와 외화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고 짚으며 외환 서비스 강화도 예고했다.
◇ ‘달러를 일상에’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신규 외환 서비스 ‘달러박스’를 출시했다.
달러박스는 환전수수료 없이 달러를 모으고, 자유롭게 꺼낼 수 있는 카카오뱅크의 외환 서비스다.
모아둔 달러를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선물하거나, ATM 출금 및 트래블월렛 카드로의 충전·결제를 통해 여행에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에 많이 나온 외환 서비스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대중들의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달러’에 중점을 뒀다.
후발주자인 만큼 기존 경쟁사에 없던 서비스로 강점을 부각했다.
오보현 카카오뱅크 외환캠프 서비스 오너(SO)는 “기존에는 휴가철에서 여행 목적으로 쓰이고 잊히는 달러였지만, 이제는 달러를 모으고, 쓰고, 선물하고 일상에서 쓸 수 있다”며 “‘달러박스’를 통해 해외송금 시장에서의 혁신을 환전 시장까지 이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차별화 포인트는 달러를 일상에서 자주, 가까이 쓰는 ‘달러 트렌드’다.
특히 달러 선물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톡 친구 누구에게나 간편하게 달러 선물을 발송할 수 있다.
다만 토스뱅크처럼 기존 카드에 연계는 불가능하며, 따로 트래블월렛으로 카드를 생성해 사용해야 한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신한은행과도 손잡고 국내 ‘ATM 출금’ 수수료를 면제했다.
전국 총 5곳의 신한은행 외화 ATM에서 카카오뱅크 앱 내 QR코드를 인식해 이용할 수 있다.
ATM 출금은 회당 최소 100달러부터 가능하며, 하루 최대 600달러까지 인출할 수 있다.
오 SO는 “기존에는 휴가철에서 여행 목적으로 쓰이고 잊히는 달러였지만, 이제는 달러를 모으고, 쓰고, 선물하고 일상에서 쓸 수 있다”며 “‘달러박스’를 통해 해외송금 시장에서의 혁신을 환전 시장까지 이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 무료 외환 서비스 경쟁 강화…‘환투기’ 우려도
인터넷전문은행의 공룡 격인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와 외환 서비스 출혈경쟁이 시작되면서 일각에서는 ‘환투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대면 무료 환전으로 인한 환투기 등 이상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엔화가 지속해서 약세를 보이면서 ‘슈퍼 엔저’로 개인 고객을 중심으로 엔화 구매도 급증해 환투기가 관측되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비대면 환전 시 기존의 무제한 한도 또는 일별 한도 제한에서 지속해 월별·연간 한도를 신설하고 있으며, 토스뱅크도 지난 4월 외화통장의 월 거래 한도를 30만달러(약 4억원) 상당 외화 금액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고, 하루 거래 한도 1000만원 규정을 신설했다.
금융권 전문가는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이에 따라 초단타 환투기 같은 부작용 조짐이 보인다”다“며 “각 은행도 각별히 유의해 한도를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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