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여행상품 예약 취소 피해
온라인 접수에도 “기다릴 것” 대기
“푼돈도 아니고 500만원이에요. 저 이 돈 진짜로 받아야 해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 1층은 이른 아침부터 “도대체 언제 환불을 받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리는 고객들의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위메프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했지만 여행사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은 소비자들이 주를 이뤘다.
송파구에서 온 40대 나모씨가 “500만원을 주고 예약한 사이판 리조트였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나는 두바이 8박10일 패키지” 등의 성토가 이어졌다.
 |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 고객들이 환불 요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위메프는 전날부터 본사에서 수기로 환불 절차를 진행했다.
결제자 이름과 연락처, 예약번호, 상품명, 계좌번호를 적은 서류를 현장 직원에게 제출한 후 기다리면 환불금을 계좌에 입금해 주는 방식이다.
오전 8시쯤 250명 정도였던 대기 규모는 계속해서 밀려들어 오는 인파에 좀처럼 줄지 않았다.
가족들과 단란한 휴가를 계획한 30∼40대가 상당수를 차지했고, 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나려던 대학생과 노년층도 일부 눈에 띄었다.
임재만(68)씨는 “딸이 모처럼 가족여행을 가자고 베트남 패키지를 200만원을 주고 예약했다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
출근한 딸을 대신해 서류를 내러 왔다”며 씁쓸해했다.
접수 후 환불까지는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이날 오전 8시40분 서류를 접수했다는 김모(28)씨가 오후 3시10분쯤 입금을 확인하고 상기된 목소리로 “환불됐어요”라고 외치자 피해자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윤모(36)씨는 “나는 더 일찍 냈는데 접수순으로 환불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날 밤부터 꼬박 14시간을 기다린 이도 있었다.
티몬에서 여행상품을 산 곽모(44)씨는 “위메프에서 티몬 환불 서류까지 접수하고 티몬으로 이관해 준다고 해 어젯밤부터 14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남구 티몬 본사 앞에서도 수십 명이 직원 면담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인근에서 정산 지연 사태 관련 고객들이 환불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전을 우려한 경찰의 권고로 이날 오전 11시부터는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환불 접수가 가능해졌지만 소비자들은 본사 건물을 떠나지 못했다.
서울에 폭염경보가 발령된 이날, 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줄은 건물 밖까지 길게 이어졌다.
김문성(42)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돌아갔다가 환불을 못 받을 수도 있지 않으냐”며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8시까지도 200여명이 자리를 뜨지 못했다.
거액의 판매대금을 물린 중소 판매자(셀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의류 판매자 40대 허모씨는 “정산받을 돈이 1억원에 달해 답답한 마음에 찾아왔다”며 “자다가도 깨서 뉴스를 검색한다.
정부가 개입해 주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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