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열흘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29일 큐텐 지분 매각 혹은 담보로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첫 입장을 표명하면서 불안감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구 대표는 “큐텐은 양사에 대한 피해회복용 자금지원을 위해 긴급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큐텐 보유 해외 자금의 유입과 큐텐 자산 및 지분의 처분이나 담보를 통한 신규 자금 유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큐텐그룹이 긴급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아 현재 큐텐그룹 현금 흐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읽히면서 피해자들이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 구영배 “개인 재산 활용해서라도 유동성 확보할 것”
종적을 감춰 야반도주설까지 구 대표는 29일 공식 석상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입장 표명하며 고객과 파트너사에 읍소했다.
그는 “사태 발생 직후 큐텐은 피해 상황 파악과 피해자 및 파트너사 피해 구제 방안, 티몬과 위메프 양사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왔다”며 “이 과정에서 모회사 CEO로서 제가 맡은 역할과 책무를 다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 피해 규모는 여행상품을 중심으로 합계 5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며 “현장 피해 접수 및 환불 조치를 실시했고, 지속해서 피해 접수와 환불을 실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구 대표는 이를 위해 피해회복용 자금지원을 위해 긴급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고 밝히며 “큐텐 보유 해외 자금의 유입과 큐텐 자산 및 지분의 처분이나 담보를 통한 신규 자금 유입도 추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룹 차원의 M&A도 추진 중임을 밝혔다.
구 대표는 “그룹 차원에서 펀딩과 M&A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이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구 대표가 M&A 추진과 개인 재산 활용을 언급하자, 현금 유동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환급 역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설명 자료를 통해 “큐텐그룹 측에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큐텐 측에 자금조달 계획을 요구했으나 실제 자금조달 계획은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2일 기준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금액은 티몬 1097억원(750사), 위메프 565억원(195사) 수준이다.
앞서 큐텐 측이 금융당국에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인 위시를 통해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다음 달 중 조달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정산금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더구나 큐텐그룹 계열사 누적 손실액 2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그룹 전반적으로 당장 끌어다 쓸 자금이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그룹의 핵심 큐익스프레스가 아직 나스닥 상장을 통한 차익을 거둔 단계가 아니어서 당장 큰 자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또한 29일 현재, 업체로부터 파악한 미정산 금액은 약 2100억원으로 추산하지만, 향후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커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 피해자들, 첫 단체행동 개시…대치 장기간 이어질듯
정산, 환급 대금 지연 상태가 지속되자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전날 환불을 촉구하며 첫 단체행동에 나서 큐텐 측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28일 티몬 정산 피해자 약 30명은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큐텐테크놀로지 입주 건물 앞에 모여 조속한 환불과 큐텐 측의 사과를 촉구하는 ‘우산 집회’를 열었다.
이날 마스크를 쓴 참가자들은 비가 오지 않은 날씨에도 우산에 ‘내 피 같은 1000만원 내놔’, ‘칠순 잔치 1500만원 온 가족 울음바다’, ‘카카오, 네이버, 토스 환불하라 페이사 각성하라’ 등의 문구를 붙이고 시위했다.
부모를 따라 집회에 나온 어린이가 삐뚤빼뚤 쓴 ‘비행기 타고 싶어요. 도둑잡아주세요. 티몬’이라는 종이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실제 환급 추이에 따라 향후 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들과 연합해 서울 각지에서 집회를 열고 사태 해결을 지속 촉구할 예정이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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