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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은 13일 방기선 실장 주재로 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 차관과 소방청 청장 등이 참석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우려 해소 및 실효적 대책 마련'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와 인천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등 여파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자, 정부는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포비아가 잠재워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근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3일 방기선 실장 주재로 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 차관과 소방청 청장 등이 참석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우려 해소 및 실효적 대책 마련'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와 충전시설 안전성 강화와 화재 발생 시 신속 대응 시스템 구축, 지하 주차시설 다양한 안전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실현 가능성'과 '전기차 산업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 과제를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인천 서구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세단 EQE에 탑재된 배터리가 당초 알려진 세계 1위 업체 중국 CATL이 아닌 10위권 중국 파라시스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배터리 제조사 등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일 제네시스를 포함한 전기차 13종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개했다. 현대차는 CATL 제품이 탑재된 코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제조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밝혔다.

기아는 12일 전기차 12종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레이EV와 니로EV는 CATL 제품이 탑재됐고 나머지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탑재됐다. BMW코리아도 같은 날 전기차 탑재 정보를 공개했다. BMW는 iX1와 iX3 모델만 CATL, 나머지는 삼성SDI 제품이 탑재됐다.

벤츠코리아는 이들 업체보다 늦은 13일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벤츠코리아는 △EQE 350+ △EQE 53 4MATIC+ △EQE 350 4MATIC △EQE 500 4MATIC SUV △EQS 350 등 5개 차종에 파라시스 제품을 탑재했다.

독일 폭스바겐과 아우디 수입사 폭스바겐그룹코리아도 14일 전기차 탑재 배터리를 공개하면서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전기차 배터리 제작사 정보를 공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포비아가 겹친 것에 대응으로 풀이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자사 전기차 모델에 탑재된 배터리의 제조사를 공개했다. /벤츠 누리집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 업체가 정보 공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배경은 캐즘 시기, 추가로 발생한 악재를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의지'가 꼽힌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5% 하락한 6만5557대로 집계됐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24.3% 증가한 18만7903대다.

배터리 제작사 등 정보가 공개되면서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업체 제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인천 전기차 화재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배터리 정보 요구가 커진 만큼 국내 업체가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캐즘에 포비아가 겹친 전기차 시장 자체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경우 배터리 시장 자체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산업 경쟁력' 등을 고려해 국내 업체 또는 중국 업체 등 정보에 국한하지 않은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인천 전기차 화재 차량에 탑재된 제품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인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NCM과 달리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있다. 고객이 해당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탑재된 제품은 NCM 배터리다. CATL 제품이든 국내 제품이든 결국 완성차 업체는 탑재할 텐데, 기술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 아니라 NCM인지, LFP인지 등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배터리 제작사 정보가 공개된다고 화재 발생 비율이나 확산 정도가 낮아지는 것이 아닌 만큼 '폐쇄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에 대한 공포감을 줄일 수 있는 소방시설 정비 등 대안을 마련할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환경부는 14일 전문가를 불러 전기차 관련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제작사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 업체 제품 중에도 좋은 제품이 있다"며 "핵심은 폐쇄 공간 공포감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