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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관련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에 법원이 '취소' 판결을 내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지배력 변경이 정상적 회계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업보고서 거짓기재 보고 등 일부 회계 처리는 정상적으로 보기 어려워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되지만, 인정되지 않은 처분 사유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부 취소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날 법원이 취소하라고 판단한 제재는 2018년 11월에 한 이른바 '2차 제재'다.
당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된다며 대표이사·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시정 요구(재무제표 재작성) 등 제재를 결정했다.

금융감독당국은 회사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2015회계연도에 이 회사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근거 없이 바꾸는 등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봤다.

금감원은 이날 법원 판결이 나온 후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판결 주문상 전부 패소이기는 하나 판결 이유 중 처분의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본 점, 형사1심과 달리 2015년 지배력 변경은 정상적 회계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형사1심 때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업성공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됐으므로 지배력 변경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금감원은 "2012~2014년 기간 중 회사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본 것은 양자의 결론이 같다"면서도 "2015년 지배력 변경과 관련해 형사소송에서는 공동지배로 보아 정당한 회계처리로 본 반면, 이번 판결에서는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할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자본잠식 회피수단에 불과해 정상적 회계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했다"고 짚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분식회계·허위 공시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한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역시 "구체적인 사항은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판결문 내용을 분석할 예정이나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쟁점이 공통되므로 이번 판결이 형사소송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판결문을 입수한 후 항소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항소 여부는 금융위가 법무부 지휘를 받아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판결문 입수 후 회계처리기준 위반 여부 등 세부 내용을 분석해 금융위에 항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