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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마중물이 될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밸류업 지수)' 개발을 마쳤다.
9월 한 달간의 연계 테스트만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이르면 11월 말에는 관련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들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29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밸류업 지수 개발을 일차적으로 마치고 내부 보고·승인 절차를 마무리했다.
다음 달에는 밸류업 지수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한 연계 테스트를 실시한다.
지수 명칭에 'KRX'가 포함된 만큼 한 달간 지수 산출이 정확히 이뤄졌는지 점검한다.

통상 거래소가 주가지수를 시장에 공개하기 전 시장성을 따져보는 테스트를 거친다는 점에서 밸류업 지수에도 시장성 검증 테스트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출된 지수를 과거 5년 간의 주가 흐름과 연동해 시장 수익률 등 성과를 살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의 다른 지수와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를 시장 국면별로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후 거래소는 외부 전문가 의견 수렴과 보완을 거쳐 9월 말께 밸류업 지수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내달 2일 열리는 '기업 밸류업 자문단' 회의에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된다.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마지막 소통 단계가 남아있으나 지수 개발·운영 책임이 있는 거래소 측 의지가 중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편입 종목 선별 기준이다.
거래소는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지표를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가령 수익성 지표로는 당기순이익, 영업현금흐름 등을 제시했고, 자본효율성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예로 들었다.
주주환원 성과에서는 배당수익률, 배당성향, 자사주소각 등이 있다.
내년 5월 발표되는 '기업 밸류업 표창'을 받는 기업은 향후 지수 편입 때 가산점을 받게 된다.

업종별 지표 편차가 크기 때문에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편입 종목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통신주는 다른 업종에 비해 배당수익률이 높은 업종이다.
반대로 바이오·인터넷 업종은 업종 성격상 멀티플이 높은 게 특징이다.
거래소가 참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JPX 프라임 150지수'는 일본 프라임 시장 시가총액 상위 500개 종목 중 자본 수익성이 높은 종목 75개, 시장평가 수익성이 높은 종목 75개를 추려 종목을 구성했다.
다만 기존 고배당 테마 지수인 '코스피 고배당 50지수' 등과 달리 밸류업 지수는 거버넌스(지배구조) 부문을 포함한 비재무지표까지 적극 고려된다는 점에서 정성적 평가가 '플러스 알파'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단일 지수가 아닌 복수의 지수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형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바는 없다"면서도 "지수가 복수로 나와야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고, 또 지수 개발 방법론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넓은 범위의 종목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지수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관련 ETF 상품은 이르면 오는 11월 말 출시될 예정이다.
정부 역시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앞서 정부의 사전 수요조사에서 상위 종합운용사 7여곳은 상품 출시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특정 운용사 수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 각사 ETF 상품 승인 및 상장도 비슷한 시점에 속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운용업계선 밸류업 지수 출시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연기금 추종 자금이 밸류업 지수 기반 ETF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석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지난 3월 기자설명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방향성에 찬성한다"면서 "국민연금의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판단하면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의 올해 기금운용 규모는 1100조원을 돌파했다.

기관·개인 투자자들도 선제적으로 수혜주 찾기에 분주해졌다.
지난 5월 말 국민연금이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등 저PBR주로 손꼽히는 증권주를 추가 매입한 사실도 조명을 받았다.
특히 키움증권은 국내 밸류업 공시 1호 기업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유명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밸류업은 미 대선 등 불확실성이 높고 기업 실적 우려가 높아진 시기에 좋은 투자 대안"이라며 9월 밸류업 수혜주로 자동차 은행·보험·조선·방산·헬스케어·인터넷·게임 등에 주목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