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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국내 자산운용사에 자산관리자이자 주요 투자자로서 기업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 밸류업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그간 상장지수펀드(ETF) 베끼기와 미흡한 의결권 행사 등 단기수익에 치중하며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부족했다고 일침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10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금융투자협회장과 만나 건전한 시장발전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자산운용산업이 선진국 대비 간접투자 비중이 크게 낮은데 이는 투자자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자 업계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라며 "국민 자산운용 수요를 충족하고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자산운용산업 경쟁력 확보와 발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산운용업계가 ETF 베끼기, 수수료 인하, 형식적 의결권 행사 등 단기적 수익 추구에 치중하느라 장기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소홀한 면이 있었다고 봤다.
기업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산운용업계가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정부 연금개혁 추진계획 발표에 따라 국민연금, 퇴직·개인연금을 함께 혁신할 계획이라면서 국민 노후 대비와 생애주기별 자산관리를 위한 업계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적연금시장 발전이 운용사 역량에 달려 있으며 운용업계가 안정적 장기투자형 연금상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일임형 퇴직연금 샌드박스, 퇴직연금 갈아타기 시스템 구축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사적연금 시장에서 다양한 상품이 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며 업계에도 상품 출시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자산운용업계에 특정 자산·사품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산이 편중되고 시장 동조화가 심화할 경우 금융안정이 저해되는 한편, 외부 충격 발생 시 투자자 보호와 금융회사 건전성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AI·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해 독창적 상품을 만들고 투자 시장 저변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혁신기업이 모험자본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도입하는 입법 노력을 기울이고 사모펀드 제도 운영과 시장 상황을 점검, 평가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업계 참석자들은 당국의 주문에 따라 주요 선진국 기준금리 정책방향 전환과 국제 분쟁 등에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선관주의·충실의무 준수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밸류업 기업'과 '밸류업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해 정책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하고, 운용역량을 제고하고 중소·벤처기업에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에 힘쓰겠다고도 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외부 요인으로 큰 변동성을 보인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로서 공모펀드의 역할이 미약했다"며 "펀드가 자본시장의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업계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퇴직연금시장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편중돼 국민 노후보장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데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국민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장기투자펀드 세제혜택 지원 등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