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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컷’에도 고민 깊어진 한은…물가 잡았지만 금융 안정이 관건 [美 기준금리 ‘빅컷’]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4-09-19 18:20:36

한·미 간 금리차 1.5%P로 좁혀져
물가 안정세… 금리 인하 여건 조성
집값·가계 대출 폭증 우려는 지속
“이자 낮춰 부동산 상승 자극 안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6개월 만에 ‘빅컷’(0.5%포인트 인하) 단행과 함께 금리 인하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한국은행도 조만간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끝마칠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 인하의 전제 조건이 되는 물가상승률은 한은이 목표로 한 연 2%대에 다다른 상태이다.

다만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변수로 남게 됐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는 9월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기준금리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 중 모두발언을 마치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연준이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빅컷’을 결정함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1.5%포인트로 좁혀졌다.
2023년 5월 FOMC에서 금리를 연 4.50∼4.5%에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1.75%포인트로 벌어진 뒤 1년4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FOMC 결과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유 부총재는 이 자리에서 “미국 통화정책의 ‘피벗’(전환)이 시작돼 외환시장의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국내 경기·물가 및 금융 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빅컷으로 한은을 겨냥한 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에 앞서 스위스, 캐나다,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도 금리 인하에 나선 상태다.
금리 인하를 하기 위한 물가상승률도 이미 2%대로 하향 안정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정보. 연합뉴스

문제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집값과 불어나는 가계대출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와 함께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대출 증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70조8388억원으로, 8월 말(568조6616억원)보다 2조1772억원 늘어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일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서울 주택 매매가 상승세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83% 올랐다.
7월(0.76%)보다 오름폭이 커진 것으로, 2019년 12월(0.86%) 이후 56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수도권도 0.53% 오르며 전월(0.40%)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정부는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가계부채 문제의 경우 주택 공급을 통해서 안정시켜야 하고 수요 억제를 통해서 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최근 세계적인 추세가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섰고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자 경기 부양과 기업 유출 문제 등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5.39포인트 오른 2580.80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이날 코스피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감에 상승 출발했지만 장중 등락 끝에 강보합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9포인트(0.21%) 오른 2580.80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3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0.5원 내린 1329.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됐고 빅컷 단행으로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가 줄어 소폭 하락에 그쳤다.
박미영·이강진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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