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이달 말부터 삼성자산·미래에셋자산·KB자산·한국투자신탁운용 총 4개사에 대한 상장지수펀드(ETF) 계열사 몰아주기에 대한 현장점검에 들어간다. 자사 계열사에 과도한 특혜를 줬는지 약정배분 준수 여부를 검사할 계획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추석 연휴 직전 삼성자산·미래에셋자산·KB자산·한국투자신탁운용 총 4곳에 이달 말부터 현장검사가 시작된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24~27일 한국투자신탁운용 검사를 시작해 내달 KB자산운용(7~11일), 미래에셋자산운용(14~18일), 삼성자산운용(21~25일 추정)에 대한 현장검사가 진행된다.
현장 방문 검사 목적은 지난달 진행했던 서면 검사에 이은 ETF운용 적정성 감사다. 기존 서면 검사에서 진행한 계열사 몰아주기, 유동성공급자(LP)와의 대가성 거래, 은행 영업 등 앞 서면에서 대한 내용을 재점검하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제재 조치 여부는 계열사에 대한 ‘약정배분’이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가 계열사 상품에 투자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계열사에 대한 시딩 자금이 기준치를 넘었는지 다각도로 들여다볼 예정”이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는 펀드 주문을 넣는 증권사에 대해 주문 성공률, 리서치 서비스 품질 등 정량, 정성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A~D 등급을 매긴다. 가령 A등급은 20~30% 펀드 주문을 내는 반면 D등급에는 5% 내외만 주문을 하는 식이다. 각 회사별 등급에 맞춰 펀드를 주문하는 것을 약정배분이라고 한다.
금감원은 운용사가 계열사에 A등급을 주는 대신 시드머니를 더 많이 받기로 했는지 또는 등급별 한도를 초과해 주문 했는지 등 정당한 방법으로 계열사와 거래했는지를 살필 계획이다. LP 역시 매매 시 대가성 거래 여부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금감원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매년 상·하반기 혹은 특별검사를 명목으로 채권, 주식, 선물, 옵션 등과 관련해 검사를 한다.
하지만 업계는 운용사의 ETF만 검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에서 나간 주식 대차, 브로커리지 수수료 등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열사와 함께가 아닌 운용사만 보는 것은 처음이다. 다만, 규정 안에서 계열사와 거래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계열사라는 이유로 등급을 높여줬다면 운용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서로 대가를 바라고 평가를 조작하거나 시딩 자금을 더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ETF 검사는 앞서 정치권이 제기한 ETF 계열사 몰아주기에 대한 의혹 때문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생명 등 삼성 금융계열사가 삼성자산운용 ETF에만 2조6059억원을 시딩 자금으로 납입했다. 그 밖에 미래에셋금융그룹(2조1511억원), KB금융지주(1조4232억원), 한국투자신탁(833억원) 등을 기록했는데 한화그룹,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의 시딩 자금도 예년 대비 기본 10배 가까이 시딩 규모가 늘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12일 자산운용사 4곳에 대한 서면조사에 착수했으며 증권사로 조사 대상을 확대해 ETF 매매 내역과 랩어카운트 계좌 등 자료를 받아봤다.
자산운용업계는 ETF 시장이 커지는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국내 ETF 시장 규모는 15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50조원 이상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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