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갈수록 격화
CTO 비롯한 핵심기술인력 20명
“투기세력 MBK, 기술 유출할 것
영풍서 유해 폐기물 떠넘기려다
최윤범 회장이 막자 관계 틀어져”
장 고문, 생애 첫 언론 인터뷰 나서
“최윤범 일방통행이 분쟁 시작점”
MBK “中에 매각하는 일 없을 것”
고려아연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기술인력 20여명이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져가면 전원 퇴사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사태의 책임자로 영풍 창업 2세인 장형진 고문을 지목했다.
그러나 장 고문은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일방통행’이 분쟁의 시작점이라고 못 박으면서 양측의 비방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들(영풍·MBK파트너스)과는 절대로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고려아연 핵심기술인력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영풍·MBK파트너스의 주식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
이 부회장은 “장형진,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습니까?”라며 지금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 사태의 책임자로 영풍 창업 2세인 장 고문을 지목했다.
그는 과거 ‘영풍 석포제련소 카드뮴 유출’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장 고문이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던 유해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했고, 이를 최 회장이 막으면서 (영풍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유해 중금속인 카드뮴을 매년 8030㎏씩 낙동강 최상류에 배출한 혐의로 환경부로부터 과징금 281억원이 부과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환경 범죄 혐의로 영풍 대표이사와 석포제련소장 등 임직원 8명을 기소해 이들은 현재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영풍이 고려아연에 폐기물을 떠넘기려 한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최 회장의 만류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밝히고 싶지만 참겠다”고 덧붙였다.
영풍은 이 부회장 기자회견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통해 “폐기물 중 재처리를 통해 금속 성분을 더 추출할 여지가 있어 고려아연과 처리 방안에 대해 협의한 적이 있지만 최종적으론 없던 일로 했다”며 “고려아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 영풍 창업 2세인 장형진 고문 |
장 고문은 생애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일각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주장에 대해 “사모펀드(MBK파트너스)와 손잡았다고 해서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 회장을 겨냥해 “회사가 특정인과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는 걸 막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이만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곳은 MBK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풍 경영진이 먼저 ‘MBK 동맹’을 제안한 것”이라며 “MBK를 모범적, 진취적이고 믿음직한 회사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장 고문은 갈등이 커진 결정적 계기로 최 회장이 추진한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상호교환을 꼽았다.
최 회장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며 자기 세력을 넓히는 동안 장 고문 본인의 반대 의견은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양측은 ‘고려아연 중국 매각설’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MBK같은 투기 세력이 고려아연을 차지하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며 “중국이 세계 비철 생산의 절반을 하고 있고, 관련된 분야 생산의 절반을 전부 중국이 하는데, 당연히 (기술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MBK는 “경영권을 확보해도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며 “대한민국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장기간 투자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 사업 거점인 울산에선 ‘고려아연 1인 1주 갖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김두겸 울산시장이 “(영풍·MBK의 공개매수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시작한 운동으로, 전날부터 시민단체·협회 등 10개 조직이 “고려아연의 위기는 울산의 안정적인 일자리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산업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동수·안승진 기자, 울산=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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