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
‘주주 충실 의무’ 민주당안에 맞서
尹, 재계 ‘경영 제약’ 우려 수용한 듯
자회사 상장 때 개미 신주 우선권
상법 당론 채택 거야, 처리 미지수
정부는 주주이익 개선 방안으로 야당이 주장하는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택하면서 그 이유로 ‘현실’을 들었다.
‘주주이익 보호’라는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모든 법인에 구속력을 가지는 상법 개정안을 통한다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상법 개정 시 소송 남발이나 경영 활동 제약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재계 우려를 정부 당국이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관건은 통과 가능성이다.
국회 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정부·여당안으로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발의안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 의무에 ‘총주주’를 추가하는 등 국내 100만여개 법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원칙’에 관한 것이다.
반면 이날 정부가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법인 2400여개사로 대상 범위가 줄어든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민주당 안에 포함된 사외이사 확대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에 대한 대안적 성격도 띠지 않는다.
말하자면, 최근 있었던 ‘두산 합병비율’ 논란과 같이 자본시장에서 있었던 여러 주주 이익 침해 사안을 막고자 하는 ‘핀셋’ 개정에 가깝다.
이외에 정부는 이번 안에서 합병 등의 가액 결정에서 객관성·중립성 제고 및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모회사 일반주주에게도 물적분할 후 상장된 사업 부분에 대한 가치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안도 포함시켰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
당초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의 언급을 통해 주주이익 강화를 천명해 왔고 그 방안으로 상법 개정안이 거론되어 왔는데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줄어든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런 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상법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일반법”이라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이 제한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일반주주 보호가 미흡했다는 케이스들은 대부분 재무적 거래였다.
재무적 거래부분을 개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취지와 선의로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시엔 제도 개정의 의미가 크게 훼손됐던 사례를 드물지 않게 목격한 바 있다”고도 말했다.
그동안 재계는 상법 개정에는 반대해 왔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와 주요 기업 사장단은 긴급 성명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것”이라며 “구조개편 분할에서의 합병비율 산정 방식 개선 등을 자본시장법에 반영해 사안별로 핀셋형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바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장회사는 그나마 법조팀을 가지고 있지만, 비상장사는 사실상 (법적 대응이) 굉장히 어렵다.
그런 회사들에 영향을 미치는 상법 개정은 기업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번 정부 당국의 안이 한계가 있다는 기류가 나온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운전(기업운영) 중에 운전자(이사회)가 사람을 보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어야 브레이크 패드 교체나 ABS 같은 기술적 조치(자본시장법 개정안)가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내에서는 정부가 ‘대원칙’에서 ‘핀셋’ 규제로 후퇴하면서 재벌이나 대기업이 우회로를 통해 빠져나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도형·안승진·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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