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등 관련 사태와 관련해 대책 논의에 나섰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내 시설들이 파손된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야기한 '계엄 선포 사태'로 인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별도 근무 지침을 내리진 않았다. 이에 임직원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업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국내 대기업의 제조공장도 이날 오전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전날 밤 계엄이 선포된 후 재무 임원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전망 등을 논의했다"며 "새벽에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돼 이날 정상 업무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 사장단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가 미칠 영향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HD현대는 이날 오전 7시 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권오갑 HD현대그룹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돼 각사 사장들은 비상 경영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환율 등 재무 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권 회장은 이어 "조선 등 생산 현장에서는 원칙과 규정 준수에 더욱 유념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SK그룹도 이날 오전 중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사장단·임원 대책 회의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도 사장단이 모여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과 LG, 현대차 등은 비상계엄 상황이 종료된 만큼, 긴급 대책 회의를 소집하기보단, 금융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수준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이 정상 업무에 나서고 있지만, 재계 행사 일정은 줄줄이 밀리고 있다.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상법 개정과 관련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행사를 취소했다. 대한상의는 임원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 파트너스도 이날 예정된 기자 간담회를 연기했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예정된 인공지능(AI) 트랜스포메이션 위크 세션 행사를 취소했다.

경제단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제1회 안전문화혁신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다만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 주요 참석자 없이 행사를 열게 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 23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4일 오전 1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등 190명은 국회 본회의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19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국회 요구 3시간 30분 후인 이날 오전 4시 30분께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 요구 수용 입장을 전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때는 대통령이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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