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후폭풍을 방지하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활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관기관이 준비 태세로 전환했다. 자본시장에선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고 외국계 자금 이탈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020년과 2022년 증안펀드 미집행 사례가 존재하기에 금융당국도 실제 가동까지 신중을 기할 전망이다.
5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증안펀드 민간풀 주간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으로 지난 9월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자(子)펀드들을 물려받는 식으로 이미 선정된 하위 운영사 유니버스 내에서 운영할 예정"이라며 "현재 유니버스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위 운용사 재선정은 2년 주기로 진행된다.
우리 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증시는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4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44% 내린 2464로 마감했으며 5일 오전 전장 대비 0.3% 오른 2471.45로 출발했다. 시장에선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올해 증안펀드가 가동될 경우 2022년 때와 마찬가지로 2020년 조성된 버전이 기본 틀이 될 전망이다. 2020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정책자료에 따르면 증안펀드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운용된다. 목표한 투자금을 다 모아놓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먼저 조성해 집행하는 식이다. 2020년 당시 1차 조성금액인 3조원은 증안펀드의 모(母)펀드 운용을 맡았던 한국투신운용이 맡았다. 한국투신운용이 하위 자(子) 펀드 운용사를 선정한 뒤 출자금을 나눠 운용했다. 증안펀드로 마련된 자금은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에 사모펀드 형태로 투자하며 투자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운용기관 업무 조율 및 운영위원회 결의사항을 이행하는 사무국은 한국증권금융이 그대로 맡는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준비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안펀드는 2020년 마련된 이후 2022년 10월 집행 직전까지 갔다가 실제로는 집행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증시 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경우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안펀드의) 기본 골격은 살아있고 시장 상황에 맞게 추진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가동) 준비가 돼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