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국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로 우회 출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도입한 지주회사 제도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꼼수에 해당한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지주회사 소유출자 현황 및 수익구조 분석'을 보면 올 9월 말 기준으로 88개 대기업집단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은 총 43개다.
첫 조사인 2018년 22개보다 2배가량(21개) 늘어난 수준이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제도가 대표적인 기업조직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주회사 중 총수가 없는 포스코·농협을 제외한 41개를 분석한 결과, 전환집단 소속 일반지주회사에 대한 평균지분율은 총수 24.7%, 총수일가 47.7%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3.2%·46.6%)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는 지주회사가 아닌 일반 대기업집단의 총수·총수일가의 평균지분율(22.4%, 40.2%)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총수일가가 지주사 체제 밖에서 지배기업 368개 분석 대상 대기업집단 중 368개 회사는 총수일가 등이 체제 밖에서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28개(62%)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해당했다.
228개 중 지주회사의 지분을 가진 회사는 25개였다. 총수 일가가 체제 외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를 통해 지주회사에 간접적으로 출자했다는 의미다.
지주회사의 국내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2.6%로, 총수가 있는 일반 대기업집단(12.4%)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셀트리온(22.03%p), 부영(4.39%p), 반도홀딩스(3.20%p) 순으로 국내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증가했다.
대표지주회사의 매출액 중 배당수익 비중은 평균 50.2%였다. 배당수익의 비중이 높았던 집단은 농심(100%), 태영(99%). OCI(94.9%), 에코프로(85.8%), 하이트진로(85.0%) 등이었다.
상표권 사용료 상위 5개 집단의 총액은 올해 99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23억원 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LG(3545억원), SK(3183억원), CJ(1260억원), GS(1052억원), 롯데(885억원) 순이었다. SK(440억원), LX(294억원), HD현대(285억원), 롯데(70억원), LS(55억원) 순으로 전년대비 증감액이 컸다.
지주회사가 국외 계열사를 거쳐 국내 계열사로 간접 출자한 꼼수 우회 출자는 32건으로 나타났다. 전년(25건)보다 7건이나 늘어난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롯데(16개), SK(9개), LX·동원·원익(각 3개), 코오롱(2개), LG·GS·한진·LS·두산·OCI·에코프로·한국앤컴퍼니그룹·동국제강·DN·하이트진로(각 1개) 등이 국외 계열사를 거쳐 국내 계열사로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해선 안 되지만, 국외 계열사를 거치면 이 금지 규정을 피할 수 있다. 공정위는 국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 출자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같은 우회 출자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제도를 이용해 편법적 지배력 확대, 지주체제 집단에서의 부당 내부거래 및 사익편취 행위 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