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국내 증시 앞날은
반도체 실적 불안에 트럼프 리스크 작용
외국인 8∼11월까지 순매도 20조 달해
계엄까지 덮치자 개미도 국장 ‘패닉셀’
지난 3거래일 간 1.9조어치 손절 매도
외국인들 기관과 함께 개인 매물 ‘줍줍’
일각 “공매도 재개 앞두고 수급개선 기대”
외국인투자자의 우리 주식시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가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전면에 내걸고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 등에 힘쓰고 있지만, 결과는 여전히 신통치 않다.
3분기 국내 기업의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데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게다가 최근 계엄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개인투자자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미국발(發) 경기침체(리세션) 우려인 ‘R의 공포’로 국내 증시에 큰 타격을 미친 지난 8월부터 4개월 연속 우리 상장주식을 팔아치웠다.
8월에는 2조8557억원을 순매도했고 9월에는 2021년 8월 이후 최대인 7조664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0월과 11월에도 각각 4조6639억원, 4조4887억원을 순매도했다.
4개월간 20조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운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11월 국가별 국내 상장주식 순매도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팔아치운 국가는 미국으로 1조3980억원을 기록했다.
룩셈부르크(6680억원)와 싱가포르(5490억원)가 뒤를 이었다.
지난 8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 시장 이탈은 반도체 실적 불안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삼성전자는 3분기 시장 전망치에 못 미치는 9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는데 당시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걱정을 끼쳤다”고 이례적인 사과문까지 내야 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지난 9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려 잡으면서 투자자 이탈을 부추겼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규제 우려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전망은 더욱 낮아졌다.
외국인이 지난 8~11월 가장 많이 팔아치운 상장주식은 삼성전자로 무려 19조1154억원을 순매도했다.
세계 시장과 비교해서도 국내 증시 수익률은 꼴찌 수준으로 외국인이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8월 이후 지난주까지 코스피 수익률은 ?12.4%로 나스닥(+12.8%)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0.3%) 등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15.8%), 홍콩(+14.8%), 유로스톡(+2.2%), 일본(0%), 싱가포르(+9.8%) 등과 격차가 큰 편이다.
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최근에는 개인까지 떠나가고 있다.
지난 8~11월 국내 상장주식을 13조3740억원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동학 개미들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표결이 부결되자 ‘팔자’를 확대했다.
지난 6일 이후 이날까지 3일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894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이달 들어 진정되는 추세인 점은 다행이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사태에도 순매수했던 개인투자자가 당시보다 더 낮은 가격에 손절매성 매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인투자자의 매물은 자연스레 외국인과 기관이 받아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개선폭은 내년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2.43% 오른 2417.84, 코스닥은 5.52% 오른 661.59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전날 두 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찍은 여파로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린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증시 부양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 투입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야 3당 정무위원 자본시장 현안 대응 및 현장 점검 회의’에서 “현재 상황에서 증안펀드가 투입돼도 (증시의) 큰 방향성 자체를 바꾸긴 어렵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없애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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