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계엄사태 이후 국내 소비심리가 냉각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락했다며 조속한 추경(추가경정예산)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계엄사태 이후 카드사용액이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소비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을 종전에 0.5%로 예상했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0.4% 또는 그보다 소폭 하락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종전 예측치인 2.2%보다 낮은 2.1%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종전 추정치인 1.9%를 유지했지만 추후 변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현재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은 내년 경제성장률에 -0.06%포인트 정도 영향이 있다"면서도 "재정정책은 변화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데이터가 모이면 다시 내년 전망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리 회복을 위한 경기부양책도 제안했다.
이 총재는 "이럴 때 재정이 (경제에) 긴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는 가급적 여야정이 빨리 합의해 새로운 예산을 발표하는 게 경제 심리에도 좋을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특정 항목을 타깃해서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1월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1월 기준금리는 물가와 경기, 환율, 가계부채 등 1월에 들어오는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계엄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졌는데 상황이 더 나빠지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비상계엄 직후 환율 변동성이 높아져서 여러 개입 등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했고, 지금은 다시 안정돼서 전반적인 달러 움직임과 같이 움직이고 있지 않나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정 환율 수준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도 변동성이 커질 때는 단호하게 완화할 마음이 있다"고 했다.
또한 "외환보유액이 41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며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내년 물가에 대해서는 물가목표치인 2%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8월 목표수준인 2%에 도달했고 이후로도 1%대가 유지되면서 물가안정의 기반이 더욱 견고히 다져지고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에는 목표수준인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2%를 목표로 하는 물가안정 목표제를 다음 점검시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물가안정목표제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국에서 팬데믹 이후 고물가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되는 점과 향후 1~2년 시계에서 물가 안정기조가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