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왼쪽)과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DB하이텍으로부터 근거 없이 과다한 보수를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더팩트 DB, DB그룹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창업주)과 김남호 DB그룹 회장 등 지배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과다한 보수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7일 DB하이텍에 공문을 보내, 지배주주에게 보수를 근거 없이 과다 지급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김준기 전 회장, 김남호 회장,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양승주 DB하이텍 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과도하고 근거 없는 보수 지급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함이라는 게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의 설명이다. 이들에 따르면 김준기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창업 회장(미등기 임원)이라는 직함을 유지하면서 DB하이텍에서 매년 막대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그의 장남인 김남호 회장 역시 미등기 임원으로서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김준기 전 회장과 김남호 회장이 DB하이텍에서 지급받은 보수는 총 179억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등기이사들의 총보수 59억원에 비해 3배에 이른다. 또 김준기 전 회장과 김남호 회장의 보수는 같은 기간 DB하이텍이 주주들에게 지급한 총배당금 1003억원 대비 17.9%, 일반주주에게 지급된 배당금 821억원과 비교해 21.8%에 달하는 규모다.

경제개혁연대는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등기이사나 회사의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에 비해 현저히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며 "이들에게 지급한 보수는 업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로 보기 어려우며, 대주주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일반주주의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 회사의 이익을 자신에게 특별 배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법인의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 또는 퇴직금이 과도할 경우 이를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무효 판단하고 있다"며 "법인의 지배주주인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가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는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분배하기 위한 것일 때에는 대외적으로 보수의 형식을 취하더라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지배주주라는 지위와 권한을 행사해 보수 명목으로 회사의 이익을 개인적으로 빼돌리는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책임 추궁 대상 손해액은 최근 3년간 김준기 전 회장과 김남호 회장에게 지급한 보수액 전부"라고 밝혔다.

DB하이텍은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의 소제기 청구에 대해 30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 경제개혁연대는 DB하이텍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회사를 대신해 곧바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