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이달 23일 같은 장소인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향방을 가를 임시 주주총회(주총)가 보름여 남은 가운데 7%대 지분을 보유해 '캐스팅보터'로 꼽힌 국민연금이 최근 절반가량 지분을 줄여 분쟁 승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일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28일 기준 고려아연 지분을 4.51%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직전 보고서 작성기준일인 지난해 3월 13일 기준 고려아연 지분 7.49%(156만6561주)를 보유 중이었으나, 반년 만에 약 3%(2.98%)를 줄인 결과다.

날짜별로는 지난해 10월 14일과 28일 두 차례 보유 지분 수량이 변동됐다. 모두 지분을 줄인 매도 공시이며,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 중인 회사 지분을 처리하는 경우 처분 방법이나 가격 등을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양측의 맞불 공개매수 이슈로 치솟던 고려아연 주가를 두고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두 차례 국민연금의 매도일은 각각 MBK의 공개매수 마감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제일이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 고려아연 지분 2.98%를 처분했다고 7일 공시했다. /더팩트 DB

동시에 국민연금의 이번 지분 처분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고려아연 이사회의 희비는 엇갈리게 한 결과가 됐다. 최 회장 측이 보유한 의결권 지분 19.92%에 우호세력 가능성이 있던 지분을 합산했을 때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지분율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연합의 보유 지분은 46.71%로 추산되고 있다. 최 회장 측의 우군 가능성이 있는 한화, LG화학, 현대차, 모건스탠리, 조선내화, 트라피구라, 우리사주조합 등이 모두 최 회장을 지지한다고 해도 최대 39.15%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이 손에 쥐고 있던 7%대 지분의 향방이 분쟁 승패를 가를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이번 지분 처분에 따라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 지분율이 최대 5.15%에 그치면서 이를 더해도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을 앞지르게 못 하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경영권 분쟁 승패가 결정 난 것은 아니다. 최 회장 측이 히든카드로 꺼내든 집중투표제에서는 3%룰이 적용돼 국민연금의 지분 변경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다. 3%룰은 한 주주가 보유한 지분이 3%를 뛰어넘더라도 주주별로 최대 3%까지만 유효한 의결 방식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매도한 3%가량의 지분이 장내매수를 통해 의결권 있는 주주들의 손에 들어갔을 수 있고 이들과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을 지지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지분 매도에 MBK·영풍 연합이 수치적으로는 유리해진 것이 맞다"면서도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의 매도 지분에 대한 의미는 달라지겠지만 아직 통과된 것은 아니다. 결국 집중투표제 통과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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