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8%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최근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다.

기획재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실질 GDP 증가율이 1.8%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잠재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기재부는 현재의 정치적 리스크가 더 악화되지 않고 어느 정도 관리된다는 전제 하에 이같은 전망치를 제시했으며,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전망치는 OECD(2.1%), IMF(2.0%), KDI(2.0%), 한국은행(1.9%) 등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8개 해외 IB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작년 말 기준 1.7%로, 한 달 전의 1.8%에서 추가 하락했다.
JP모건의 경우 11월 1.7%에서 12월 1.3%로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수출 전망도 어둡다.
정부는 올해 수출 증가율을 1.5%로 예상했는데, 이는 전년 8.2%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경쟁 심화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예상되는 통상 정책 변화가 주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내수 부문도 여전히 회복이 더딜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작년 1.2%에서 올해 1.8%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높은 가계부채와 소비심리 위축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는 작년 -1.5%에 이어 올해도 -1.3%의 역성장이 예상된다.

고용시장도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을 12만 명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작년 예상치 17만 명보다 5만 명 적은 수준이다.
2차 베이비부머 은퇴와 생산연령인구 감소, 경기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물가는 다소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2.3%에서 올해 1.8%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국제 유가 안정과 경기 둔화에 따른 것으로 건강한 물가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 같은 경제 상황에 대응해 민생 경제 회복, 대외 신인도 관리,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산업 경쟁력 강화 등 4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국가 신용도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신용등급 하락이 국채 이자율과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 정책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2년 연속 세수 부족으로 총 86조 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통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정부는 공공부문 가용재원 18조 원을 투입하고, 기존 예산 중 민생·경기 관련 사업 85조 원의 40%를 1분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서는 "당장은 없다"는 입장이나, 1분기 경제 상황을 점검한 후 필요시 추가 경기 보강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1분기 내 경기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결국 추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