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미만 5번 산업부 ‘진땀’…“업계 피해 최소화 총력”
LNG 프로젝트·방위비 분담금·조선 협력 등 해결 시 긍정적
![]()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각) “75개 이상 국가가 미국에 어떤 방식으로도 보복하지 않았다는 점에 근거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이 기간 10%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향후 대미 협상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스닥 폭락과 한·중·일 협력 등이 겹치며 트럼프가 급해졌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각)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10% 기본관세와 상호관세(+α)를 부과했다. 우리나라는 25%(기본 10%·상호관세 15%)를 부과받았다.
하지만 돌연 트럼프는 지난 9일 "75개 이상 국가가 미국에 어떤 방식으로도 보복하지 않았다는 점에 근거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이 기간 10%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단, 중국에는 125%의 고율 관세를 즉시 부과했다.
트럼프가 불과 며칠 사이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폭락과 한·중·일 협력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장래를 위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지만,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주식(나스닥종합지수 등)은 정반대로 폭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관세부과에 애플, 테슬라 등 기술 대기업이 상장돼 있는 나스닥지수는 최근 폭락을 거듭했지만 이날 트럼프의 관세 유예 조치 발표로 폭등했다. 나스닥지수는 1857.06포인트(12.25%) 급등한 1만7124.97을 기록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각각 7.87%, 9.52% 뛰었다.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의 반발과 한·중·일의 공조 낌새도 트럼프의 심경에 변화를 꾀했다는 분석이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 단장은 "한·중·일이 공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EU도 반발하면서 미국이 약간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미국 주가 폭락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 팀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생기고 경제 쪽에서 압박이 들어오니 트럼프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 상호관세 인하 등 대외 불확실성을 잠재우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고위급이 올해만 벌써 5번째 미국을 다녀왔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8일 워싱턴 D.C에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주요 인사를 만나 관세 조치에 따른 우려를 전달하고, 관세율 인하(철강·자동차 등) 등 통상현안을 협의했다.
정부는 이번 미국의 관세 조치 유예와 관련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통상본부장은 "한덕수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8일)를 통해 형성된 우호적 모멘텀을 기반으로 미 관세 조치에 대한 협상을 위한 큰 틀이 마련됐다"며 "미국과의 협의를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교수는 "정부가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실질적으로 보면 지금 미국이 급한 상황이고, 우리나라와는 조선업 문제로 결부돼 있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 글로벌 전략에 관한 문제기 때문에 추가 관세 인하는 지켜봐야 하고 아직 판단하기 섣부르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방위비 분담금, 조선업 협력 등 양국 간의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상호관세나 기본관세도 상당 부분 없어질 가능성이 보인다"며 "3개월 동안 협상이 잘된다고 가정하면, 우리로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danjung63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