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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이 날 키워…필즈상 얼마든지 또 나온다"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2-07-06 15:45:48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수학자들이 재미있게, 즐겁고 편안하게 장기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한국인 첫 '수학계 노벨상'을 수상한 허준이(39·사진)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국내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갖고 제2의 '허준이'가 나오려면 자유로운 연구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국제수학연맹(IMU) 세계수학자대회가 개최된 핀란드 헬싱키에 머물고 있는 허 교수는 6일 오후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된 화상 기자 브리핑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자신이 호기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며 수학 연구에 푹 빠진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내올 수 있었듯, 젊은 수학자들에게도 같은 환경을 제공해주면 얼마든지 필즈상 수상자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고교를 중퇴하는 등 '낙오생'이었지만 한국 교육에 대해 "현재의 내 자신이 있게 해준 따뜻하고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다음은 허 교수와의 일문 일답.


- 수상 소감은?

▲ (허 교수) 큰 상을 받아 기쁘고 주변사람들이 자기일처럼 좋아해줘 더 기쁘다.
부담감 느끼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공부하겠다.


(금종해 대한수학회 회장) 젊었을 때 꾸었던 꿈이 지금 이뤄진 것이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
조만간 노벨상이나 추가 필즈상도 나올 것이다.


- 유년 시절 보드게임과 컴퓨터 체스 게임을 즐겼다는 데 수학적 사고에 도움이 됐나?

▲ 수학적 사고에 도움된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학창시절 과목중 수학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정을 못 줬었다.
게임이나 체스는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데, 그런 점에서 자연스럽게 끌렸었다.


-수상소식은 언제 전달받았나?

▲ 소식은 올해 초 처음 들었다.
묘한 시간 대에 IMU 회장님이 전화를 요청해 혹시 필즈상 수상을 얘기할까 기대하고 전화를 걸었는데 맞더라. 밤 시간이어서 아내가 자고 있어서 고민하다가 깨워서 얘기했는데, "응, 그럴 줄 알았어"라고 얘기하고 바로 자더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수상식이 러시아에서 하기로 해서 가족 여행을 계획했었지만 취소되고 헬싱키 변경되면서 혼자 와 있다.
곧바로 평소처럼 여름을 한국에서 보내기 위해 귀국할 것이다.


- 연구 성과 중 가장 소중한 것은?

▲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우연에 우연을 거쳐 결론을 내는 것이 다 기억에 남는다.


- 한국 교육을 받았는데 만족스러웠나?

▲ 한국 교육만 받아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떤 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어린 시절이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때까지는 다양한 친구들과 30~40명씩 모여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좋은 면도 있고, 싸울 때도 있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만 할 수 있었던, 지금의 제가 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해 준 소중한 시기였다.


- 한국 수학계에서 제2의 허준이가 나오기 위해서 바뀌거나 보완해야 할 점은?

▲ 지금 너무 젊은 수학자들이 너무 잘하고 계시기 때문에, 사실 저도 그 중의 하나다.
또 하나의 제가 나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얘기하기는 껄끄럽다.
다만 수학자들이 부담감 느껴서 단기간 목표 추구하지 않고 마음편하게 즐겁게 장기적인 프로젝트 추진할 만한 여유롭고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이 제공됐으면 한다.


- 수학의 매력은 뭘까?

▲ 현대 수학에 있어서 공동 연구가 굉장히 활발해졌다.
원인은 무엇보다도 혼자 하는 것 보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멀리 깊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효율성 측면 뿐만 아니라 과정 자체가 수학 연구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물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물이 떨어져서 줄기도 할 것 같은데 그릇 옮길때마다 늘어나면서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그동안 안 되던 원리가 이해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큰 만족감을 느끼고 끊을 수 없는 중독감이 있다.
수학의 매력에 10여년 전에 빠진 후 나오지 못하고 있다.


- 공부하는 것 외에는 어떻게 생활하나?

▲특별한 취미는 없다.
지구력이 떨어져서 오래 공부는 못하고 연구는 하루에 4시간 정도 집중해서 하려고 하고 있다.
그 외의 시간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지낸다.
아이들을 돌봐주고 청소하고 그러면서 머리를 식히고 그 다음날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매일 같은 일상을 지내고 있다.


- 수포자였다고 알려졌었는데?

▲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언론에) 얘기하다가 초등학교 2학년때 구구단 외우는 것을 힘들어 해서 부모님이 실망했었다고 했던 게 와전됐다.
수포자는 아니었다.
중간 이상은 해서 수포자라고 말하긴 그렇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수학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다.
물리학부에 진학한 것은 수학 흥미도 있지만, 가장 열정을 갖고 있던 글쓰기, 특히 좋아하는 장르였던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었는다.
그런데 실제로 어떻게 밥벌이하면서 먹고살까 했더니 글쓰기 재능으로는 어림없다고 생각해서 고민한 끝에 흥미있고 재주가 있다고 생각되는 과학 분야의 저널리스트를 하겠다고 생각해서 물리학과를 진학했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진로를 고민하면서 휴학을 한 적이 있는데, 복학 후 우연한 기회에 시간표도 맞고 제목도 매력적인 '위상수업'을 들으면서 수학의 매력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 후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대수학 강의를 들으면서 더욱 빠져들게 됐다.


- 수상 업적을 쉽게 좀 설명해 달라.

▲ 수학이 역사적으로 발전해오면서 크게 여러가지 줄기로 나뉘어져서 하나하나 독립적으로 발전했다.
공간을 연구하는 기하학, 변화를 연구하는 해석학. 이산 수학 등 3가지다.
여기에 필요한 인간의 직관도 다르고 역사적 이유로 독립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나 뿐만 아니라 여러 선배, 동료들이 이렇게 3가지 다른 연구 분야 대상들을 충분히 깊이 연구하다보면 '호지 구조'라는 동일한 패턴이 반복적으로 도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연관관계없는 수학적 대상에서 동일한 패턴들이 반복적으로 도출되고 있다.
이것들을 하나씩 더 찾아 내고, 가능하다면 왜 이런 종류의 동일성이 무관해보이는 구조에서 반복적으로 도출되는지 이유를 밝혀내고 있는데, 여기에 약간이나마 공헌한 것이 제 연구의 대부분이다.


- 공부할 때 롤모델이나 스승이 있었냐?

▲ 살아 오면서 굉장히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어려운 수학 문제나 인생 고민을 만났을 때 그때 그때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울수 있는 친구들을 제때 만났다.
누구를 롤모델로 삼기 보다는, (그런 사람들을)정리하는 작은 수첩이 있다.
개인적으로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님과 친구들과 그들에게서 배우고 싶어하는 것들을 적어놓았다.
그분들이 다 롤모델이다.
수십명이 넘기 때문에 딱 한 사람 꼽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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