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에어컨 응축수 배출관 틀어막아 역류 / 약 400만원 수리비 발생
피해 차주 “필터만 있었어도..” 하소연
 | | 벌레 유입으로 응축수 침수 피해를 본 차량. 벌레를 찾기 위해 차량 내부 부착물을 모두 탈거한 모습. 제보자 제공 |
에어컨 응축수가 차량 내부로 역류해 침수됐다는 차주가 “에어컨 송풍구에 이물질을 걸러줄 필터가 있었다면 피해를 보진 않았을 것”이라며 “제조사가 이런 문제를 참고해 추후 개선을 해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13일 세계일보와 만난 A씨는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에도 멀쩡했던 전기자동차가 최근 벌레로 인해 침수 피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그가 차에 문제를 있다고 인지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초쯤부터였다.
운행 중 블루투스로 연결해 듣던 음악 소리가 끊기는가 하면 차로 변경 시 센서 이상 경고등이 들어왔다가 다음날이면 사라지기를 거듭했다고 한다.
또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화면이 서로 다른 색으로 재현되기도 하고, 조수석 뒷문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는 등 이상 증상을 보이다 지난달 20일쯤부터는 내비게이션을 시작으로 노래, 주차 경고음 등등 모든 소리가 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차량 결함을 의심한 A씨는 서비스센터에 입고했고, “내부가 물로 가득 차 있다”며 연락을 받았다.
에어컨에서 나온 응축수가 차량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내부로 유입된 것 같다는 게 서비스센터 측 설명이었다고 한다.
차량 내부에 물이 찬 원인은 황당하게도 벌레 탓이었다.
 | 응축수관 입구·에어컨 냉각판에서 발견된 벌레. 갈색 풍뎅이로 확인됐다.
제보자 제공 |
응축수는 에어컨 사용 시 발생하는 물로, 모든 차량은 이를 외부로 배출하게 설계돼 있다.
여름철 에어컨을 사용하면 운전석 또는 보조석 쪽 바닥에 물이 고인 것을 볼 수 있는데, 냉매 가스가 뜨거운 공기를 만나 응결된 결과다.
이렇게 응축수는 차량 밖으로 배출된다.
점검 결과 A씨의 차에선 응축수를 흘려보내는 직경 약 5㎜ 관에 들어간 벌레가 틀어막고 있었고, 이런 탓에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한 응축수가 차량 내부에 고였다는 게 서비스센터의 설명이다.
실제 차량을 분해해서 보니 갈색 풍뎅이 1마리가 배수관 입구에서 발견됐고, 다른 1마리는 에어컨 냉각 판에 붙어 있는 걸 확인했다.
이런 탓에 응축수가 배선 등에 영향을 미쳐 차량 내 모든 소리가 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 에어컨 응축수로 배선 연결 부분이 손상됐다.
제보자 제공 |
 | 벌레가 발견된 곳(붉은원). 문제의 갈색 풍뎅이는 차 문을 열다 내부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보자 제공 |
그나마 다행인 건 전기차 핵심 부품인 전압선과 모터는 피해가 없다는 것으로, 응축수가 이들 장치로 유입됐다면 충전 불량 또는 시동 불가 등 큰 피해가 발생한다.
(관련 기사, [단독] “셀프 침수? 타도 괜찮을까요”…응축수 고여 ‘충전 불량·시동 불가’ 호소한 아우디 ‘e트론’ 차주 참조)
A씨는 “벌레가 언제 들어간 것인지 그 누구도 검증할 방법이 없다”며 “서비스센터는 전면 유리창 쪽 송풍구를 통해서 유입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예상 수리비는 300~400만원에 한달간의 수리 기간이 필요하다”며 “제조사는 수리 기간 렌트비를 지원해주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리비를 시작으로 침수차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부품 교체가 되기 때문에 잔존 가치 역시 심하게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응축수를 모아주는 깔때기 형태의 플라스틱 구조물이 있는데, 그곳에 거름망 구조물만 있었어도 배수관이 막히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문제를 제조사도 알고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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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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