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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80 쿠페는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운데 가장 비쌉니다.
2.5 터보 가솔린엔진을 쓰는 기본형이 8255만원, 즐겨 찾는 편의사양을 몇 가지만 추가해도 1억원을 넘깁니다.
쿠페가 아닌 GV80 일반 모델이 7000만원 아래에서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가망고객이 느낄 법한 격차는 작지 않습니다.
1억원 넘는 차를 고민하는 사람도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죠. 이 정도 가격대면 외산 고가 브랜드까지 선택지에 올려두고 고민하는 이가 대부분일 겁니다.
이 차는 지난해 GV80 부분변경 모델이 나올 때 같이 출시됐습니다.
명칭부터 실용성을 앞세운 SUV와 날렵하게 멋들어진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는 쿠페는 원래 그리 어울리는 조합은 아닐 겁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레저용차량(RV)은 더 이상 교외에서만 타는 장르가 아닙니다.
도심형 SUV가 인기를 끌면서 크고 작은, 다양한 종류의 SUV가 각자 고유의 수요를 불러왔습니다.
쿠페형 SUV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고가 브랜드에서나 볼 법한 라인업인데, 프리미엄 시장에선 아직 초년병인 제네시스가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형제모델 GV80이 먼저 출시돼 우리나라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안착한 터라,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듯합니다.
쿠페인 만큼, 외관 디자인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기본 골격은 GV80을 기반으로 하지만 루프라인에서 떨어지는 뒤쪽을 낮고 완만하게 깎아 날렵하고 유려한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차량 앞쪽 에어 인테이크를 큼직하게 두고 액티브 에어플랩, 에어벤트 디자인도 잘 달리는 차라는 점을 어필합니다.
쿠페라고 단순히 뒷모습만 바뀌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디자인을 바꾸고 곳곳에 디테일을 손봤다는 얘기죠.
옆에서 보는 창문 라인이나 후면 램프, 루프랙도 기존 GV80과 차별화했습니다.
머플러 디자인 역시 GV80에선 외관상 드러나지 않도록 했는데 쿠페에선 범퍼일체형으로 도드라지게 디자인했습니다.
뒤쪽 투톤 범퍼, 쿠페 전용 휠도 재미있는 지점입니다.
디자인은 눈높이에 따라 선호도가 뚜렷하게 엇갈리기 마련인데, 적어도 반감을 갖는 이는 주변에서 못 봤습니다.
구형 GV80과 비교하면 부분변경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게 실내 레이아웃입니다.
GV80쿠페는 그 자체로 신차라 직접 비교는 어렵습니다.
다만 기존 고객 사이에서 더 필요로 했던 부분을 채웠다고 보면 됩니다.
실내 구성은 같이 나온 GV80 부분변경 모델과 거의 같습니다.
스티어링 휠이나 쿠페 전용 스티치를 새겨넣은 시트 등 눈이나 손길이 닿는 일부만 달리했네요. 운전석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연결해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데, 이는 구형 GV80과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디자인이나 전반적인 그래픽 구성은 나쁘지 않은데, 조작 도중 응답속도가 지연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쿠페임에도 SUV인 터라 2열 승객의 머리 공간이 부족하진 않습니다.
트렁크도 앞뒤나 좌우로는 넉넉한 편이지만 쿠페인 만큼 짐을 낮게 실어야 합니다.
뒷 모양이 각진 GV80에 비해 제원상 용량은 80ℓ 정도 적은데 체감상 실을 수 있는 짐은 이보다 더 적은 듯했습니다.
다만 접을 수 있는 러기지 셀프가 있어 시승 기간 요긴하게 썼습니다.
쓰지 않을 때는 아예 빼둘 수도 있고요.
기본형이 2.5 터보 가솔린, 한결 여유롭게 탄다면 3.5 터보 가솔린을 고르면 됩니다.
여기에 3.5 터보는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을 고를 수 있습니다.
기본형과 비교하면 935만원 비싸고 3.5 모델보다도 515만원을 더 지불해야 합니다.
‘500만원 더 쓸 만한 값어치를 할까?’ 이 차를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고민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슈퍼차저는 낮은 엔진 회전 영역에서 모터로 압축시킨 공기를 한 번 더 압축시켜 공급하는 방식인데요, 최대 토크 시점을 앞당겨 초반 가속 시 한결 빠르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최고출력은 35마력 늘어난 415마력, 토크는 2㎏f·m 증가한 56㎏f·m입니다.
3.5 터보만 해도 가속 성능이 나쁘지 않습니다.
슈퍼차저 힘을 더하니 한층 여유로운 운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선뜻 추천하긴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돈을 추가로 내야 하는데, 좋아진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는 저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네요. 출력이 높아지고 연비도 ℓ당 0.5㎞ 정도 좋아지니 아무래도 중장거리 운전이 잦은 이에게 더 적합해 보이긴 합니다.
디자인이 첫 번째라면 두 번째 추천 요소는 정숙성입니다.
타이어나 테일게이트 등 곳곳에 흡·차음재를 보강했다고 합니다.
원래도 GV80은 조용한 편인데 한층 더 나아졌네요. 고성능 차에서 느낄 법한 배기음을 인공적으로 재연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도 운전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1억원 넘는 차’라는 이미지는 자칫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으나, 실구매자에겐 나쁘지 않은 포인트로 볼 수 있겠네요. 낮은 트림에 옵션을 최소화한다면 8000만원대에서도 맞출 수 있으니까요.
승차감이나 높낮이 조절을 가능케 하는 에어 서스펜션이 없는 점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GV80 출시 때부터 아쉬워하는 이가 많았던 옵션입니다.
명색이 고가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임에도 아예 옵션에서도 빠져 있으니 말이죠. 주행 중 앞쪽 노면 정보를 살피고 상황에 따라 진동을 줄이는 등 첨단기술이 들어갔다고는 하나, 에어 서스펜션이 주는 안락한 승차감이 종종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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