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음식료 업종에서 보기 힘든 희대의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나왔다.
”
삼양식품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잭팟’이 터졌다고 평가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법인은 대형 거래처 입점 확대가 이어지고 있고 올해 들어 사실상 중국법인 판매 확대는 이제 시작”이라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30만원에서 60만원으로 100% 상향 조정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16일 역대 분기 최대 수준인 3857억원의 매출과 80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235% 각각 증가했다.
특히 해외 매출이 83% 증가한 2889억원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미국 내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채널 입점이 늘었고 까르보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며 삼양아메리카 매출은 209.8% 증가한 5650만달러(약 760억원)로 집계됐다.
내수 대비 높은 수익성 및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 덕도 봤지만, 삼양식품이 미국시장을 잡을 수 있었던 건 효자템 ‘불닭볶음면’의 효과가 크다.
업계에서도 제품 하나로 흥행에 성공해 역대 최고 수준 매출률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삼양식품 성공 배경에는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부인으로 창업주 고(故) 전중윤 전 회장의 며느리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 횡렴 혐의도 지워버린 ‘불닭볶음면’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개발한 당사자다.
지난 2022년 한 방송에 출현한 김 부회장은 “딸아이 고등학생 때 같이 명동에 놀러 갔다가, 매운맛 볶음밥을 파는 식당에서 매운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개발하게 됐다”며 “매운맛 소스를 개발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2톤 정도의 소스 양을 썼다”고 말했다.
이후 불닭볶음면은 2012년 4월 정식 출시됐는데, 당시에는 지금의 반응과 상반된 분위기였다.
볶음면, 매운맛이 익숙지 않았던 때라 지나치게 매운 음식이라는 혹평이 잇따르기도 했다.
그런데 2010년~2012년 사이 ‘동대문 엽기떡볶이’, ‘신전’ 등 특별히 매운 음식의 인기가 본격화되면서 SNS상에서도 ‘매운맛 챌린지’가 유행으로 번졌고, 불닭볶음면도 당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특히 서양에서 번진 ‘FIRE NOODLE CHALLENGE’와 K팝 아티스트들의 불닭볶음면 먹방이 구매 열풍을 부르면서 삼양식품을 K푸드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런 불닭볶음면의 흥행은 김 부회장에게도 경영 복귀의 키를 쥐여줬다.
지난 2018년 4월 김 부회장은 남편 전 회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들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삼양식품 계열사로부터 식품 제조·판매에 필요한 기자재를 납품받은 뒤 물품 대금을 빼돌리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대금 지금을 받아 회삿돈을 횡령한 것이 적발됐다.
횡령 금액은 신용카드 대금납부, 리스료, 보험료 등으로 사용됐다.
2021년 대법원은 김 부회장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및 80시간의 사회봉사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은 2020년 대표직에서 사임하고 경영권을 내려놓았다.
특경법 14조에 따르면 징역형은 진행 종료로부터 5년, 집행유예형은 집행 종료로부터 2년간 범죄 행위 관련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닭볶음면 해외 매출 비중이 대폭 성장하면서, 김 부회장의 역할이 지대해지자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총괄사장직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복귀 과정에서 김 부회장이 ESG위원장을 맡은 것이 알려지자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10여년간 지속된 불닭볶음면 인기는 김 부회장 부부의 횡령 혐의를 지워버렸다.
결국 김 부회장은 남성 상속자들이 즐비한 유통가에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유통가에 새로운 신화를 쓴 삼양식품의 구원투수가 됐다.
◇ 미국 잡은 ‘까르보불닭’, 라면 강자 농심도 이겼다
이 같은 불닭볶음면 흥행은 국내 라면 업계 판도도 바꿨다.
기존 불닭볶음면 보다 비교적 덜 매운 ‘까르보불닭’이 해외에서 승승장구하면서 1위 농심을 제치고, 라면 업계 시총 1위를 재탈환했다.
삼양식품이 올해 1분기 시장 전망을 크게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면서 지난 17일 개장하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했다.
이날 오전 9시 12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양식품은 전 거래일 대비 10만3000원(29.99%) 오른 44만6500원에 마감했다.
52주 신고가다.
개장 직후 매수세가 몰리면서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상승세를 이어오던 중, 전날 1분기 실적 발표로 급격한 성장세가 확인되면서 자금이 몰린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줄줄이 눈높이를 높이는 중이다.
대신증권이 32만원에서 50만원으로, IBK투자증권도 29만원에서 46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식품업계 전문가는 “까르보불닭의 해외 흥행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며 “그에 따라 삼양식품 외형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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