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 바라본 고혈압은
내관혈·풍지혈 등에 침놓아 치료
임상결과 수축기 혈압 평균 14%↓
우황청심원 등 한약 처방 병행도
한의학에서도 고혈압을 치료한다.
다만 ‘고혈압’이라는 용어를 직접 쓰지는 않았다.
동의보감 같은 한의학 서적에도 고혈압이라는 단어는 없다.
다만 음허양항(陰虛陽亢), 간양상항(肝陽上亢), 두훈(頭暈), 두통, 중풍, 정충, 흉비 등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의 한의사들은 한의학을 재해석하고 연구에 나서고 있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은 “고혈압은 어혈(瘀血)과 간풍(肝風) 등으로 발생한다고 인식된다”며 “어혈이란 혈전과 같이 혈액이 한곳에 정체되는 것을 의미하며, 간풍은 온몸이 떨리고 어지러움과 동시에 경련이 일어나는 풍(風) 증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
한의학에서는 고혈압 치료를 위해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인 침치료를 증상에 맞게 활용한다.
내관혈, 풍지혈 등 혈압 강하에 효과가 있는 혈자리에 침을 놓아 혈액의 뭉친 부분을 풀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목표다.
여기에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혈관확장 작용을 통해 고혈압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우황청심원도 고혈압 증상 치료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한약 중 하나라는 게 이진호 병원장의 설명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많다.
실제로 미국 UC 어바인대학교 통합의학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치료는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뇌졸중 및 심장병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약물 투여 없이 특정 혈자리 전기 자극만으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국내 연구진의 결과도 나왔다.
류연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 박사 연구팀과 김희영 대구한의대 교수 연구팀이 공동 임상연구한 결과다.
연구팀은 고혈압에 활용되는 침 치료에 주목, 특정 혈자리 주변 정중신경 자극의 혈압 강하 효과와 작용기전을 규명하고자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약물치료 경험이 없는 1단계 고혈압 환자(수축기 혈압 140∼159mmHg, 이완기 혈압 90∼99mmHg에 해당하는 고혈압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한의학에서 심장질환과 혈압강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내관혈 주변 정중신경에 경피신경 전기자극을 줬다.
경피신경 전기자극은 약한 전류를 피부에 통과시켜 통증을 완화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며 혈류를 증진하는 치료법이다.
자극에는 ‘텐스(TENS)’라는 기기를 활용했다.
왼팔에 전극간 거리 4cm, 전극 신호 10Hz로 전기 자극을 줄 때 수축기 혈압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때 평균 14%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치료를 주 1회 지속해서 받은 환자의 경우 4주차 때 수축기 혈압이 평균 155mmHg에서 140mmHg로 떨어졌고 그 효과가 14주까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류연희 박사는 “내관혈은 팔목 정중앙 손목 부분에서 손가락 세 마디 정도 내려온 자리에 있다.
팔목 안쪽에 힘줄이 2개 있는데, 그 사이 정 중앙에 내관혈이 위치한다”며 “이곳 신경을 자극,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압이 유의하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기 자극 대신 내관혈을 직접 눌러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플 정도로 자극하면 멍들 확률이 높고, 원치 않는 염증반응이 날 듯하다”며 우려했다.
다만 평소 혈압이 높아졌을 때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에도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적 경혈과 이번 연구결과가 접목된 기기로 혈압을 관리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류연희 박사는 “연구는 경혈의 존재, 질환과의 연관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특히 경혈을 자극함으로써 약물을 덜 복용할 수 있으면서도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술 개발에 더 노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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