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특별한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되고, 전이도 빠른데 치료 내성까지 잘 생기는 췌장암. 국내 10대 암 중 생존율이 가장 낮은 췌장암(최근 10년간 생존율 9.4%)의 비밀을 풀 열쇠를 찾았다.
삼성서울병원의 이종균·박주경 소화기내과 교수, 이민우 영상의학과 교수, 메타지놈센터의 김혜민 박사 연구팀과 이세민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형오 박사 연구팀이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분자암(Molecular Cancer, IF=41.444)’ 최근호를 통해 췌장암의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 분석(scRNA-seq)을 수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췌장암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환자 21명(평균 나이 61세·3기 6명·4기 15명)을 대상으로 췌장암이 진화 및 전이하는 방식을 규명하고, 면역 억제 미세 환경을 형성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4기 환자 중 13명은 간으로, 2명은 뼈나 림프절로 전이됐다.
전체 생존 기간(OS) 중앙값은 9.7개월이었다.
연구팀은 췌장암의 특성상 암의 진화와 타 조직으로의 전이 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효과적인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 궁극적으로 개인 맞춤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내시경 초음파 유도하 세침조직검사(EUS-FNB)로 환자의 조직을 획득해 21개의 원발성 췌장암 조직과 표본, 7개의 간 전이 표본을 단일 세포 전사체 데이터 분석을 했다.
그 결과, 췌장암의 세부 유형에서 기본형(Classical)과 기저형(Basal-like) 모두 상피-중간엽전이(EMT)가 활성화돼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이동하는 전이를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관련 유전자가 세부 유형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유전자의 증폭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기본형에서는 ETV1, 기저형에서는 KRAS가 더 자주 관찰됐다.
두 암세포의 빠른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다.
특히 기저형의 경우 췌장암의 여러 유형 중에서도 악성도가 높은데, 이러한 세포가 차지하는 비율이 22%만 돼도 예후를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단축하는 데 기저형이 암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결정적이라는 것도 밝혔다.
기본형 56%, 기저형 36%이었던 환자는 항암제 투여에도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고, 5.3개월이 되던 때 사망했다.
반대로 기저형 없이 정상형과 기본형으로 조직이 구성됐던 환자는 치료 반응이 좋아, 45.6개월간 추적 관찰을 진행했고, 연구 종료 시점에도 생존해 있었다.
췌장암의 또 다른 특징은 췌장암 진화 과정에서 종양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억제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이다.
췌장의 인접 장기이자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간에 전이되면, 면역 억제 특성을 가진 염증 세포 집단이 다른 부위보다 많았다.
전이 시 면역세포들이 억제됨으로써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해 암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원리다.
이러한 억제 환경을 형성하는 것도 췌장암의 세포에서 기저형 비율의 증가에 비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 정형오 박사는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기술은 질병 발생 및 진화, 치료 반응성과 관련된 다양한 인자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라며 “종양 내 이질성과 종양 미세환경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필수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주경 교수는 “췌장암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이해를 보다 정확히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난치암이라고 지레 포기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돌파구를 찾기 위해 멈추지 않고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 연구팀은 2009년부터 전향적인 췌장암 코호트 구축을 시작해 2015년 ‘삼성서울병원 췌담도계질환코호트’를 출범했다.
연구팀은 췌장암의 조기진단, 모니터링, 예후 예측, 바이오마커 발굴 등 암 중개연구를 통해 환자에게 즉시 도움되는 치료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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