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일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가해 차량 운전자 차 모씨(68)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30일 진행됐다.
그는 “유족분과 돌아가신 분들께 너무너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급발진’을 주장하던 차 씨가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줄곧 급발진을 주장했다.
차량 급발진은 운전자의 제어 없이 차가 급가속하며 브레이크도 듣지 않는 등의 현상을 뜻한다.
하지만 차씨의 신발 밑창을 감식한 결과 가속기(액셀) 페달 흔적이 뚜렷하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브레이크 페달에는 자국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액셀을 세게 밟은 상태에서는 사고 등 강한 충격이 순간적으로 가해졌을 때 마찰이 생겨 흔적이 남을 수 있다.
즉, 충돌 직전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국과수는 가해 차량의 EDR(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 등을 정밀 감식·감정한 결과에서도 “사고 당시 차씨가 가속 페달(액셀)을 90% 이상 세게 밟은 정황이 포착됐고, 브레이크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 국과수는 사고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100㎞ 이상 올라간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경찰은 사고 원인이 ‘운전자 과실’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페달 블랙박스가 달렸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30일 세계일보와 통화한 페달 블랙박스 제조사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는 운전자의 브레이크 조작 등을 카메라로 담아 저정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페달 쪽에 다는 블랙박스다.
차씨가 주장처럼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이 모습이 영상으로 남게 된다.
즉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되레 독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는 경고한다.
모든 차량에는 전자부품이 존재한다.
예컨대 페달 블랙박스 장착시 배터리에 연결하게 되는데, 미숙련공 또는 시공 실수로 전자부품을 제어하는 곳을 건드린다면 이상동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법조계 전문가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한 한 변호사는 “수입차의 경우 순정 상태 이외의 부품 장착시 워런티(보증수리)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며 “차량의 오작동을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되레 패달 블랙박스 장착이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재판부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의도하지 않은 가속’(급발진)이 발생한 경우 EPB를 지속해서 작동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제동 방법”이라고 밝혔다.
EPB는 전자제어 감속 기능 등을 이용해 페달·사이드 브레이크의 기능을 전자식 버튼으로 대체한 것을 말한다.
EPB는 기존 브레이크와 분리돼 있어 페달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자동차를 멈출 수 있다는 게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설명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EPB 작동 방식은 손가락으로 당기는 방식으로 주로 변속기 주변에 있다.
흔히 급발진 시 시동을 끄는 방법이 알려져 있지만,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시동 끄기에 대해 제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시동이 꺼진 후 와이퍼 등이 작동하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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