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탄핵 추진에 이례적 회견
“李, 형사처벌 모면하려고 하지만
탄핵으로 있는 죄 없어지지 않아
하늘의 그물은 놓치는 법이 없다”
노자 도덕경 구절 인용하며 직격
대장동·대북송금 수사 검사 대상
‘민주 전대 돈봉투 살포’ 조사 검사도
檢 “사법 방해 넘어 檢독립 붕괴”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정부 들어 세 번째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데 대해 검찰이 “사법 방해를 넘어 검찰 독립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대검찰청 입장)이라고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검사들 사이에선 “검찰에 대한 협박”, “사법 시스템 희화화”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일 이례적으로 서울 서초구 대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위헌·위법·사법 방해·보복·방탄 탄핵”이란 날 선 언사로 민주당을 비판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엔 대검의 신자용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7명이 배석했다.
 | 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수사 담당자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총장은 이 자리에서 “단지 권력자를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는 문명 사회에서 야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연합뉴스 |
이 총장은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를 탄핵 대상으로 삼아 좌표를 찍고 직무를 정지시켜 권력자를 향한 수사 의지를 꺾고 다른 검사들에게도 본보기로 보여서 위축시키려는 보복조치”라면서 “사법 시스템을 아예 무너뜨려서 이 대표의 형사처벌 자체를 근본적으로 지워버리겠다는 방탄을 목적으로 하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이 총장은 그러면서 ‘천망회회소이불루(天網恢恢疎而不漏)’라는 노자의 도덕경 한 구절을 언급했다.
이 총장은 “천망회회소이불루, 하늘의 그물은 크고도 넓어서 성긴 듯이 보이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면서 “검사 몇 명 탄핵한다고 있는 죄가 없어지지도, 있는 죄가 줄어들지도, 형사처벌을 모면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 검사 4명은 민주당 관련 수사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 3명은 이 전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이다.
박상용(사법연수원 38기)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표를 수사했다.
엄희준(32기)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과 강백신(34기)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전 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는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로 이 전 대표를 수사해 기소했다.
 | 與 불참 속 탄핵 소추안 가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을 가결 처리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정부질문을 위해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 같은 안건을 처리하는 데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
나머지 한 명인 김영철(33기)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전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송영길 전 대표 경선 캠프의 ‘돈봉투’ 사건을 수사했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에 나선 건 헌법재판소가 올해 5월30일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에 대한 헌정사상 첫 검사 탄핵 심판 사건을 기각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지난해 21대 국회에선 민주당 주도로 9월 안 검사에 이어, 12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
손 검사 탄핵 사건은 탄핵 심판 청구 사유와 같은 ‘고발 사주’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심판 절차가 3개월째 정지된 상태다.
각종 개인 비위 의혹을 받는 이 검사 탄핵 사건은 지난달 25일 변론이 종결돼, 이은애 재판관이 9월 퇴임하기 전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검찰 수사 위축을 노린, 검찰에 대한 협박이고 보복 행위”라며 “(검사들 사이에선) ‘신호 위반만 해도 탄핵되는 거냐’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부장검사는 “헌재에서 기각될 텐데 (민주당이) 왜 그렇게 무리하는지 모르겠다”며 “검사를 욕보이고 싶어서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부장검사도 “탄핵은 굉장히 예외적인 절차인데 (민주당이 남발해) 왜 사법 시스템을 우습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면서 “(대상 검사들에게) 무슨 중대한 위헌·위법 사항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진영·유경민 기자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