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민심 회복 방안은 뒷전
‘당권부터 차지’ 아귀다툼 벌여
당 선관위, 원희룡·한동훈 제재
전대 판세 친윤 vs 친한 구도에
나경원·원희룡 단일화 최대 변수
결선 투표 여부 등도 변수 작용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자극적인 선전·선동, 사생결단의 비난전으로 뒤덮인 채 후반전으로 접어들었다.
총선 참패 이후 당 쇄신과 민심 회복 방안에 대한 토론은 없이 ‘당권부터 차지하고 보자’는 식의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선 특히 전대가 ‘현재 권력’ 윤석열 대통령을 축으로 한 친윤(친윤석열)계와 ‘미래 권력’ 한동훈 당대표 후보를 축으로 한 친한(친한동훈)계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흐르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승자가 누구든 전대 이후 두 개의 권력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청주·제주서… 韓·羅 당원간담회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가 14일 국민의힘 충북도당에서 진행한 청주 지역 당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나경원 후보(오른쪽 사진)는 이날 제주도당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
◆전면전 멈췄지만, 불씨는 남아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2차 방송토론회 당시 당헌·당규를 위반한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 대해 ‘주의 및 시정명령’ 제재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후보자의 공정 경쟁 의무를 규정한 당규와 후보자 비방 및 흑색선전·인신공격 등을 금지한 조항을 어겼다는 취지로, 두 후보 측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당 윤리위원회도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선관위 회부 사안에 대해 신속·엄정하게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당 내부의 경고음이 커지면서 네거티브 전면전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는 이날 일제히 한 후보의 ‘사천 의혹’을 지적하고 나섰다.
나 후보는 “지역 당협위원장 앞에서 대놓고 특정 후보 공천하겠다고 했던 ‘김경율 사천’ 논란은 내가 당대표가 되면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지난 1월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당시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깜짝 발표했던 일을 저격한 것이다.
원 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면서 “이번 총선과 같은 밀실 공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 공천, 사천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적었다.
윤 후보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서) 우리가 망가진 이유는 공천에 있어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국민추천제가 어떻게 됐는지도 잘 모르겠다.
오히려 이준석 전 대표 때가 더 투명성과 공정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 | 사진=연합뉴스 |
◆“전당대회 아닌 분당대회 같다” 우려
당권 주자들 간 대결이 격화되자 당내에선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대가 친윤계가 한 후보를 견제하려는 양상으로 흐르고, 이 과정에 대통령실이 끌려들어 오면서 전대 이후 극한 갈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단순히 여당의 당대표를 뽑는 게 아닌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다툼으로 보인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과 당이 갈라지고 당원들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되게 할 순 없어도, 안 되게 할 수 있는 힘은 있어 차기 대선을 생각하는 한 후보 입장에선 최대한 협력 관계를 가져가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2일 CBS 라디오에서 “한동훈이 대표가 되면 대통령을 배신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며 “(한 후보를) 옛날 이준석이 윤리위에 회부해서 내쫓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내쫓으면 국민의힘은 존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
◆최대 변수는 나경원·원희룡 단일화
앞으로의 전대 판세도 ‘친윤 대 친한’ 구도에 달렸다는 평가가 많다.
비한동훈 주자의 합종연횡 여부가 가장 직접적인 변수로 꼽힌다.
친윤계에선 ‘1강(한동훈)·2중(나경원·원희룡)·1약(윤상현)’의 현 구도를 1대1 구도로 재편하고, 비한동훈 주자에게 힘을 몰아주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나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연대와 단일화 의사는 없지만 원 후보가 사실상 지지율이 많이 빠지고 있는 추세로 보이기 때문에 결국 저를 지지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굳이 말씀드리면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결과를 위한 연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선 투표 여부도 중대 변수로 평가된다.
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할 가능성이 낮다면, 인위적인 단일화를 시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한동훈 주자 모두 레이스를 완주해 각자의 파이를 넓힌 후 결선 투표에서 자연스럽게 힘을 뭉치는 게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후보가 당내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당 주류인 친윤계 조직력이 얼마만큼 작동할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전대에서 김기현 전 대표는 친윤계의 지원에 힘입어 1차 투표에서 당선된 바 있다.
다만 역대 최대 규모 선거인단, 저조한 대통령 지지율 등으로 ‘오더 표’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병관·유지혜·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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