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삭제 안 돼…직무관련성 없는 부대에 전파 안 되도록”
민주당 TF “삭제 자체가 보안사고…국방부가 자체 조사할 것”
 |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왼쪽)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에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 요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첩보 관련 기밀 문서를 무단 삭제했다며 고발한 가운데, 해당 문서가 국방부와 군이 운영하는 정보망에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삭제 권한이 박 전 원장이 아닌 군에 있었던 것으로, 국방부와 군은 국정원에 의해 기밀문서 운영 체계가 공개된 것 자체가 보안 사고라며 국정원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7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고(故)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탑재된 기밀정보 일부가 삭제됐다는 의혹에 대해 “정보의 원본이 삭제된 것은 아니지만 군사정보통합체계에 탑재된 민감한 정보가 직접적인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예하 부대와 실시간으로 첩보·정보를 공유하는 정보 유통망인 MIMS에서 하필 피살 사건 이후 관련 기밀정보가 삭제된 것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6일 박 전 원장을 관련 보고서 무단 삭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해당 정보들의 행방에 관심이 쏠렸었다.
MIMS는 각 영역에서 수집한 군사정보·첩보를 종합 분석·평가해 생산한 정보를 이를 필요로 하는 각 부서·지휘관에 적시에 전파할 수 있도록 국방정보본부가 운용하는 군내 전산망이다.
군 당국이 MIMS에서 민감한 정보가 일선 부대에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열람을 막은 것은 맞지만, 원본을 삭제한 것은 아니라는 게 군의 설명이다.
김 실장은 “군사정보통합체계는 여러 가지 운용체계 가운데 작전상, 군사적 목적상 고도의 보안 유지가 필요한 정보를 유통하기 위한 체계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며 “거기에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부대나 필요한 기관으로 가서 활용이 되는데 이런 민감한 정보가 직접적인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에 전파되지 않도록 조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합참은 ‘무단 삭제가 아니라 절차에 따른 조처라는 뜻이냐’는 질문에 “필요에 따라 행해진 조처로 보면 된다”며 “원본은 삭제된 것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합참은 국정원이 박지원·서훈 전 원장이 관련 첩보 보고서를 삭제했다며 고발한 것이 이번 MIMS 정보 삭제와 연관된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이 어떠한 조처를 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태스크포스(TF) 단장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찾아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4차 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국정원이 박 전 원장을 고발하는 과정에서 군사정보통합체계 관리 권한을 착각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사정보통합체계 관리 권한은 합참 등 군에 있는데 마치 박 전 원장이 삭제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착각해 고발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김병주 의원은 이날 국방부를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국정원에서 MIMS 관련해서 고소 고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것은 국정원에서는 삭제를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MIMS의 정보를 탑재한 합참에서만 삭제가 되고 그 첩보와 정보에 대해서는 국정원에서는 삭제가 기술적으로는 되지 않는데, 국정원에 나가 있는 MIMS도 국방부에서 운영한 MIMS 체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MIMS는 고도로 비밀을 요하는 SI(특별취급첩보) 2급 체계”라며 “문서 삭제나 배부선 조정 등 MIMS 체계에서의 활동들이 외부에 나가는 것 자체가 광범위한 보안 사고로 볼 수 있는데, 국방부도 광범위한 보안사고라고 하면서 관련 내용을 자체 조사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태스크포스(TF) 단장(왼쪽)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4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정보만 삭제됐는지에 대해선 “(국방부가) 확인해 본다고 했고, 이렇게 삭제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많다고 한다”며 “이것(서해 공무원 사건)만 그런 게 아니라 가끔 이뤄지는 사안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건을) 은폐하려면 합참과 777부대(대북감청 부대)에서 원본을 삭제해야 하는데 원본은 삭제한 적이 없다”며 “관련 없는 부서나 기관은 제외를 시키는 것인데 그런 과정에서 일어난 오해라는 것이 국방부와 합참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모든 첩보, SI 문서는 국정원이 생산하지 않고 공유할 뿐”이라며 “문건으로 본 적도 없고 봤다고 해도 지시할 바보 원장도 아니고, 직원들도 부당한 지시를 하면 듣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삭제를 했다고 해도 국정원은 메인 서버에 남는다”고 반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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