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사로 수사팀 진용을 정비한 검찰이 본격적으로 '구여권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20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부처를 상대로 공약 개발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은 법무부까지 번졌다.
전직 국정원장들이 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은 검찰에서 지체없이 수사 부서 배당까지 이뤄져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사정작업이 발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여성가족부 대선 공약 개발 의혹'은 전 정부 부처로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민주당에서 공약 관련 자료 제출 요청을 받았다는 의혹에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의혹에 대해 여가부가 민주당의 요청에 '관례대로' 답했다고 밝혔던 점을 비춰볼 때 법무부는 '관례'를 따르지 않은 셈이어서 수사를 통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의혹은 지난해 10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받은 "여가부가 민주당 청탁을 받고 공약을 개발했다"는 익명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해 11월 김경선 전 여가부 차관과 공무원 2명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국회 민주당 정책연구실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여가부 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이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지난 5월 12일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등 정부 부처 총 10곳에 공문을 보냈다.
해당 부처에 특정 정당 소속 국회 전문위원이나 정당 관계자가 대선 공약에 활용할 자료를 요구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공문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직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나 선거운동 기획 등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여가부 대선 공약 개발 의혹을 수사하면서 20대 대선 뿐만 아니라 20대 총선, 21대 총선 때도 '선거 개입' 정황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총장 공석 상황 속에서도 세 차례 걸친 인사를 통해 수사팀 진용 구축을 마친 검찰은 대선공약 사건 외에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사정작업 속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국정원은 전날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대검에 고발했다.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혐의가 적용되면서 박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첩보 보고서를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 서 전 원장은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가 추가됐다.
 
국정원 고발 당일 대검은 즉각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전직 국정원장을 고발한 사건이 하루 만에 수사 부서에 배당된 것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시행이 두 달 남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전에 '구여권 수사'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