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강령서 ‘소주성’ 삭제 추진
“정권 재창출 실패로 용도 폐기”
친명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
새 당대표 유력 李에 보조 맞춰
당내 “새 담론으로 정권 찾아야”
마뜩잖은 친문계 “확정안 봐야”
더불어민주당이 8·28 전당대회에서 ‘소득주도성장’ 표현을 강령에서 삭제하기로 잠정 결정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관련한 흔적은 지우면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가겠다는 의도인데, 이재명 의원이 새 당대표로 유력한 만큼 강령도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친문’(문 전 대통령) 진영에선 달가워하진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안을 봐야겠다는 입장이다.
 | 이재명(왼쪽부터), 박용진,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0일 MBC충북에서 열린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
민주당은 여당 시절이었던 2018년,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의 환경을 마련한다’는 문구를 강령에 넣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 문재인정부 대표적 경제정책이다.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가계와 근로소득자 중심으로 바꿔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했고, 때마침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양극화가 더 심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 안팎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이상 이 단어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강령 개정 작업 초안에 관여한 중진 의원은 세계일보 통화에서 “‘소주성’은 문재인정부 성장 담론이었는데 지금은 정권이 바뀐 것 아닌가”라며 “다시 정권을 되찾아오려면 옛 담론이 아니라 새로운 민주당, 새로운 성장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권을 빼앗긴 이상 지난 정권 때 쓰던 ‘소주성’은 결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좀 더 세련된 단어로 표현해야 하는데 그 표현까진 확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당 토론회에서 이재명계 재선 김병욱 의원은 “(소주성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으로 경제지표로서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많은 비판이 있었고,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을 통해 사회적인 비판도 많이 받았던 정책”이라고 강령에서 삭제를 주장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다만, 친문계에선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구체적인 강령 내용을 살펴봐야겠다고 했다.
친문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어디까지 바꿀지는 구체적인 안이 나온 후 살펴봐야한다”면서도 “소주성이 추구했던 ‘분수경제론’ 정신이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인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주성’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더라도 ‘포용성장’이라는 가치가 남아 있으면 용어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청와대 출신 의원은 통화에서 “소주성이 포용성장에 포섭되기 때문에 소주성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소주성 용어가 발전해서 포용성장이 되는 건데 굳이 용어를 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문재인 지우기’라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권 바뀌자마자 바로 그 단어를 지우는 게 문 전 대통령을 지우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