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폭력 예방교육 외면하는 국회
예방교육 사각지대 전락 원인은
2년간 공공기관 이수율 91.4%·92.9%
21대 현역의원은 19%·32.1%에 그쳐
보좌진도 16.5%·49.9%로 극히 저조해
여가위 위원장·여야 간사 모두 미이수
“교육 듣는다고 사고 안 나나” 불만까지
여가부, 의원만 교육 실적 공개서 제외
국회사무처 “헌법기관이라 강제 못 해
사무처와 별도로 등록할 수 있게 요청”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가장 기본적인 성범죄 예방조치인 4대 폭력(성폭력·성희롱·성매매·가정폭력)예방교육마저 제대로 이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원과 보좌진은 양성 평등기본법에 따라 4대 폭력예방교육을 매해 들어야 하지만, 21대 국회 개원 후 실시된 2020, 2021년 교육을 모두 이수한 현역 의원은 10명 중 1명꼴에 그쳤다.
관리주체인 국회사무처와 여성가족부마저 교육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공공기관은 교육 이수 현황을 여가부를 통해 매년 공표해야 하지만, 의원과 보좌진의 교육 실적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성범죄 근절에 앞장서고 공직사회에 모범이 돼야 할 국회가 성폭력 예방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세계일보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1대 현역 의원의 2020, 2021년 4대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은 각각 19%(57명), 32.1%(96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 모두 이수한 의원은 33명으로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국회 보좌진의 이수율도 각각 16.5%, 49.9%로 저조했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 종사자의 이수율 91.4%, 92.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또 다른 법정 의무교육인 성인지교육의 이수율도 낮다.
2020, 2021년 성인지교육을 모두 이수한 현역 의원은 32명으로 전체의 10.7%뿐이다.
2020년 교육은 20.4%(61명), 2021년 교육은 31.1%(93명)가 이수했다.
보좌진의 성인지교육 이수율도 각각 18.7%, 48.5%로 집계됐다.
21대 국회 들어 의원과 보좌진이 연루된 성비위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는데도 정치권이 성범죄 예방을 위한 자정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황훈영 부소장은 “성폭력 이슈가 많았는데도 이수율이 이렇게 낮게 나온 건 정치권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것”이라며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 사회의 정치 혐오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원과 보좌진은 자신들이 교육 이수 대상에 해당하는지조차 몰랐다는 분위기다.
한 여당 소속 의원실 보좌진은 “국회사무처가 제대로 안내했는지 의문”이라며 “이 교육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야당 소속 의원실 보좌진은 “예방교육을 듣는다고 사고가 안 나는 것도 아니고, 처리해야 할 일도 많다”며 “이수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 |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연합뉴스 |
국회사무처와 여가부가 의원과 보좌진의 교육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이수율이 낮은 배경으로 꼽힌다.
단적인 예로 각 공공기관은 여가부를 통해 교육 이수현황을 공개하고 있지만 의원과 보좌진의 이수 여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회사무처가 의원과 보좌진의 교육 실적을 국회사무처와 별도로 공표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며 여가부에 이들의 이수현황을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의원들이 사무처 소속은 맞지만, 헌법기관이라 교육을 강제할 근거가 없다”며 “사무처 공무원들은 80~90% 이상 강의를 듣고 있는데, 의원과 보좌진의 교육 이수율 때문에 사무처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여가부에 분리 등록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과 보좌진의 이수율을 국회사무처에 합산해 공표할 경우 교육 부진기관으로 분류돼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취지다.
여가부 관계자는 “의원회관은 건물 명칭일 뿐 사무처에서 의원과 보좌진의 교육을 관리·운영하고 있어 분리 등록을 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의원과 보좌진의 교육 결과 공개를 원칙으로 국회사무처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병관·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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